자동차 업계가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CRMA) 입법 예고에 긴장하고 있다. 아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도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에서 추가 규제가 생기면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내년 1분기 안에 주요 광물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CRMA 입법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희토류·리튬 등 전략적 핵심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선정하고 역내 원자재 공급망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의 방향만 제시돼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미공개 상태로 구체적인 법안은 내년 1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희토류와 리튬 등 주요 금속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역내에서 생산된 자재를 사용한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방식을 주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혜택을 주는 미국의 IRA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원자재가 주로 들어가는 산업 중 하나가 자동차 산업이다. 리튬이나 흑연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많이 들어간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이 배터리인 상황에서 원자재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 유럽에도 분산하게 된다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 IRA로 인한 불안감이 조성됐다. EU의 CRMA가 공식화된다면 추가 주가 하락도 우려된다.
미국 IRA에 따른 실적 우려로 국내에서는 19일 장마감(15시 30분) 기준 현대차는 전장대비 3천500원(2.15%) 내린 15만 9천원에 종료되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시간 기아(2.65%)와 부품주인 현대모비스(1.69%)도 1%~2%대 약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내에서 차량 부품을 제작하는 중소·중견부품사는 이런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지도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EU의 CRMA에 추진 예고에 “입법 추진 소식 자체를 처음 들었다”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망이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나아가 핵심 산업에서 미래 경쟁력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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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전세계가 자국주의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국가의 경쟁 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안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부터 대처 준비가 안 되니 그 아래로 중소·중견은 아예 이런 규제가 생기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런 규제가 생길 때마다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으니 결속력 있게 대처할 방법이 자꾸 없어지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