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아픈 손가락 고친다...'가전·AP·후공정 연구팀' 신설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새로운 수요 마련, 경쟁력 강화

홈&모바일입력 :2022/12/19 14:44    수정: 2022/12/19 16:12

삼성전자가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와 집중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연구팀을 신설하며 약점 보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해 신가전 개발에 주력하고, MX(모바일)사업부에 'AP솔루션개발팀'을 만들어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 AP 개발을 본격화한다. 더불어 DS(반도체)사업부 TSP총괄 아래에 '어드밴스드 패키지팀'을 신설해 후공정 기술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했다. 주로 인공지능, 로봇, 지능형장치 등을 개발하는 삼성리서치 내에 생활가전 담당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차세대가전연구팀의 총괄은 이준현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장(부사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가전연구팀에서 혁신 가전제품을 개발해 침체된 가전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등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은 부진을 겪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부의 3분기 실적은 14조7천500억원, 영업이익 2천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1% 감소하며 절반 이상 줄었다.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도 생활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5천억원에 머물며 전년(7천억원) 보다 28.5% 감소할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승현준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봇™ 케어',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DX부문 MX사업부 내에 'AP 솔루션 개발팀'을 꾸리며 퀄컴 출신 최원준 신임 MX 개발실장(부사장)을 팀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칩셋 개발 전문가로, 지난 2011년 퀄컴 시니어 디렉터로 무선 칩셋 업무를 맡은 바 있다.

MX사업부 내 'AP 개발팀'은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내 'AP 개발팀'과 다르다. 시스템LSI의 AP 개발팀이 범용 스마트폰 AP를 개발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면, MX사업부의 AP 개발팀은 오로지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한다. 즉, 삼성 또한 애플의 바이오닉, 구글의 텐서와 같은 맞춤 AP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앞서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8월 갤럭시언팩 간담회에서 "자체 AP 개발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 만큼 시간이 굉장히 걸리기 때문에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며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시리즈는 AP 성능과 발열과 관련해 지적받아왔다. 갤럭시S시리즈는 출시 지역에 따라 시스템LSI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교차 탑재해 왔는데, 대다수의 소비자가 스냅드래곤을 선호하는 등 굴욕을 겪어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용 AP 개발에 나선 것이 올 초 갤럭시S22의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논란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GOS는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GPU·GPU·해상도·화면 밝기 등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기능이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막기 위해서 GOS를 실행했다고 설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함으로써 제품 성능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 Z폴드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DS부문에서는 반도체 후공정 개발에 힘을 쏟는다. 기존 '반도체 패키지 태스크포스(TF)'를 TSP 총괄 산하에 '어드밴스드 패키지팀'으로 격상시켜 시스템반도체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반도체 전공정의 회로 선폭 미세화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패키지 기술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TSMC, 인텔 등도 패키지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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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로직 칩과 HBM(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X-CUBE)' 등을 주력으로 첨단 패키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전공정만으로 미세 공정 진화는 2016년 이후로 유효하지 않게 됐다"며 "3나노, 2나노로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공정 한계에 직면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어드밴스드 패키징(고급 패키징)' 기술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