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취임 7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윤 정부의 시작을 함께 한 백경란 청장은 지난 5월 18일 2대 질병청장이자 윤석열 정부 초대 청장으로 취임했다.
백 청장은 취임 초부터 여러 구설에 휩싸였다.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의 서울대의대 1년 후배이자, 김미경 서울대의대 교수(안 위원장 배우자)와 동기라는 점을 들어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안철수 40년지기’ 인연으로 질병청장에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백 청장은 지난 6월 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임명권자(윤석열 대통령)가 (안철수 전 위원장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본인을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를 공식 부인했다.
말실수 논란도 일었다. 백 청장은 7월 19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또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당시 주간 확진자 수가 2배로 뛰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수장이 ‘각자도생’을 하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당 발언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방역은 국가의 기본 기능 중 하나”라며 “(백 청장의 발언은) 흡사 (정부는) 포기하겠다거나 책임 회피처럼 들린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취임 시부터 윤 정부가 강조해온 ‘과학방역’도 백 청장의 발목을 잡은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조차 “과학적 위기관리가 기존(문재인 정부)에 해온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국민들이 무엇이 과학적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백 청장의 공직자 재산 공개 이후 불거진 이해충돌 의혹이다. 공직자재산공개에 따르면, 당시 백경란 청장은 2억4천896만원 상당의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분야는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SK바이오팜 25주 ▲SK케미칼 48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등이었는데, 그가 질병청장이라는 점 때문에 이해충돌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백 청장은 보유 주식을 처분했지만 인사혁신처의 직무관련성 심사회피 목적이 아니었냐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인사처가 백 청장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 2종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백 청장과 배우자의 주식 보유가 직무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과거 주식 거래 내역 및 수익을 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백 청장이 이를 끝내 거부하자, 민주당은 백 청장의 국회 위증 혐의를 더해 그를 고발했다.
현재 백 청장 및 질병청은 사의 표명 사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때문에 앞선 바이오 주식 보유 구설 등 사유에 대한 여러 추측이 무성한 상황이다.
한편, 후임 청장으로 내정된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서울대의대 졸업 후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 질본 면역병리센터장 등으로 재직했으며, 대한감염학회 회장,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예방접종프로그램 지역조정관, WHO 예방접종전략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작년 초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