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가 주가 부양에 드라이브를 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가 관리를 최우선적으로 주문한 만큼 지주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16일 SK에 따르면 2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최근 마무리했다. SK는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왔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내년 3월쯤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은 이미 완료했다"며 "신탁 계약 종료일은 내년 3월 2일로, 전량 소각 예정이지만 신탁계약 체결을 통해 취득한 주식이므로 소각 진행 시 별도 이사회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는 앞서 8월 자사주 2천억원을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성형 재무부문장(CFO)은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기존 정책에 더해, 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다"고 밝혔다.
SK가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건 주가 저평가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과 행동주의 펀드 라이프자산운용의 요구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 부진은 SK그룹 계열사 전반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파이낸셜스토리 경영’을 주창하며 계열사 CEO들에게 주가관리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주가 부양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SK 지주사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도 주가 부양에 분주한 모습이다. SK케미칼은 지난 9월 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SKC도 10월 1천66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K의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주식 시장에서 바라보는 SK를 비롯한 계열사 주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내년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SK E&S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시장 혹한기로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10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되며, SK E&S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실시로 실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 시총 140조원 외친 장동현 부회장…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장동현 SK 부회장은 2021년 3월만해도 2025년까지 SK를 시총 140조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SK주가를 당시 기준 7배 수준인 2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것이다.
하지만 1년 9개월쯤이 지난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주식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16일 기준 SK 주가는 20만원 초반대로 오히려 내려앉으며 시총도 14조9000억원쯤이다. 주식 시장 침체로 지난해 보다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질 중이다. 장 부회장의 목표 대로라면 3년 내 주가를 10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해당 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생각보다 그때보다 금리도 올라갔고, 성장주에 대한 멀티플이 내려가는 구간이다"며 "SMP 상환제 등 새로운 변수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상황이인데다 경기침체까지 더해져서 이러한 상황들이 회복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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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주사인 SK 주가 역시 자사주 소각은 롱텀이 좋지만 국내 종목들은 분기 실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주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장 부회장이 제시한 주가 목표치에 대한 변동이 있냐는 질문에 "(시총 140조원은)그 숫자를 꼭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라기 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