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일당백 자세로 신뢰 기반 데이터 경제 이끌 것"

취임 후 70일 만에 첫 기자간담회 개최…"영국 ICO 벤치마킹 하고파"

컴퓨팅입력 :2022/12/15 17:45    수정: 2022/12/16 10:13

"가장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기관은 영국 정보위원회(ICO)입니다. 직원이 1천여 명인 조직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당백의 자세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 가면서 데이터 경제를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향후 개인정보위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고학수 제2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취임 후 열린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고 위원장이 취임한 지 70일 만에 개최됐다. 고 위원장은 지난 10월 개인정보위 제2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0년 8월 출범 후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의 지난 성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 ▲구글·메타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영국과의 적정성 결정 통과 등을 꼽았다.

특히 고 위원장은 구글·메타에 대한 1천억원 가량의 과장금 처분과 관련해 "최근 외국 출장을 나가 메타·구글 처분 사례를 말하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하는 상황"이라며 "아시아권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조사와 처분한 사례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 선도 국가로서 앞서 나가는 동시에 문제 상황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조사 처분하는 모습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일종의 리더십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9일 구글과 메타에 개인정보 불법 수집 제재와 관련한 의결서를 발송했다. (☞관련기사)

■ "현업에서는 법보다 가이드 더 중요…더 많은 가이드라인 낼 것"

고 위원장은 이날 벤치마킹하고 싶은 기관으로 영국 정보위원회(ICO)를 꼽았다.

그는 "가장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기관은 영국의 ICO"라며 "위원회가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가이드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ICO는 가이드라인을 가장 많이 내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업에서는 추상적인 원칙이 담겨있는 법보다 가이드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시장이 계속 변모하면서 법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상세적인 내용도 변해야 한다. 그에 맞춰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업데이트하고 가이드 주는 역할을 개인정보위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과 역량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러기엔 역부족인 점이 있다"며 "직원이 1천명이나 되는 ICO와 비교하기에는 조직 규모 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일단은 일당백의 자세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훨씬 더 많이 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개인정보위 조직 전체 인원은 160명 수준이며, 내부 조사 인력은 24명이다.

■ 내년 '신뢰 기반 데이터 활용' 목표

고 위원장은 내년에 중점을 두는 키워드는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조사하고 처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내년에는 신기술 환경에서 서비스를 편리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되 프라이버시는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고 위원장은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려면 개인정보 주체 개개인인 국민들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라며 "신뢰가 쌓여야 신뢰를 전제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전송요구권과 같은 사안들도 의미 있게 논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IT산업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사회"라며 "새로운 신기술과 서비스를 장려하면서도, 그 시도가 정보 주체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게 하는, 쉽지 않은 두 역할을 잘 충족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올해 첫 R&D 예산 확보…연구현장과 법 사이 가교 역할 할 것"

개인정보위는 올해 처음 총 28억8천만원 규모의 신기술 관련 R&D 예산을 확보했다. 4개 핵심 기술을 우선적으로 올해 개발 중이며, 내년부터는 산업적 활용 수요가 높은 생체, 영상정보 안전활용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 외에도 개인정보 분야 표준화 추진을 위한 기술 표준화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중장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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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원장은 "다른 거대 부처에 비하면 R&D예산이 작지만, 개인정보보호·활용 관련 R&D가 실효성 있다는 걸 예산 부처가 인식해주시고 키워주시면 신기술 관련 스타트업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와 기법이 개발될 때 우리나라의 법 제도에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고, 동시에 어떻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되면서 데이터 활용 폭을 넓힐 수 있을지 고민해 연구 현장과 법 제도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