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온다. 새해 결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운동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뛰러 나가거나 헬스장에 가다가 결국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 해 흐지부지 되곤 한다. 그러면서 나약한 자신의 의지를 탓한다.
하지만 그건 몸 속 장내미생물이 도와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미국 펜실바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여러 쥐들의 달리기 행태를 분석, 특정한 장내미생물의 존재 여부가 운동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장내미생물이 소화기관의 신경을 자극, 신경망을 통해 연결된 뇌의 보상 관련 영역에 영향을 미쳐 운동을 하고싶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장과 뇌 사이 연결 고리가 확인되면 운동 습관 개선이나 중독 치료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연구 결과는 14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많은 수의 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서열과 장내미생물 분포, 혈관 내 대사산물 등 운동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소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또 쥐들이 트레드밀이나 챗바퀴에서 자발적으로 뛰는 정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개체별 달리기 활동의 차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예상과 달리 유전이 아니라 장내미생물 분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쥐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두 종류의 박테리아( Eubacterium rectale, Coprococcus eutactus)를 찾았다. 이 박테리아들은 지방산아미드(FAA)라는 대사산물을 만들어낸다. 이는 장내 감각신경계에서 대마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CB1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이 장내 신경계는 척수를 통해 뇌와 연결돼 있다. 이 곳의 CB1 수용체를 자극하면 운동할 때 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 수준이 높아진다. 선조체는 뇌에서 동기 부여와 보상에 관여하는 곳이다.
특정 장내미생물을 가진 쥐는 운동할 때 도파민이 더 많아 나오고, 이는 다시 운동을 더 하려는 욕구를 강화하고 운동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하는 쥐는 운동을 하다 쾌감을 느끼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도 더 많이 경험했다.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미생물을 없애자 운동 활동도 절반으로 줄었다. 또 FAA를 인위적으로 주입하거나 장내미생물을 없앤 쥐의 소화기관에 FAA를 만드는 박테리아군을 이식하면 운동 관련 도파민 활동이 회복되고 운동 능력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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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1저자인 니콜라스 베틀리 펜실바이나대학 교수는 "이러한 장-뇌 간 동기부여 경로는 영양 상황과 장내미생물 분포를 꾸준한 운동 활동과 연결시키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운동생리학에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사람에게도 이같은 장-뇌 경로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도 식단을 조절해 전문 운동 선수처럼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또 뇌의 보상 관련 활동을 조정해 중독이나 우울증 치료에 활용할 수도 있으리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