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청바지 발상’으로 150년 가는 SW기업 만들겠다"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가 존경하는 기업가는 청바지 기업 리바이스의 창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다. 리바이스는 19세기 중반 골드 러쉬(Gold Rush)가 한창일 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됐다. 정확히는 1853년이었다. 그로부터 169년이 지났는데 금을 캐러 서부로 달려왔던 대부분의 기업은 사라지고 청바지 기업만 살아남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 대표는 여기에서 ‘기업가정신’을 도출해냈다. 그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세상의 문제점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needs)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갖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도전과 창조의 정신’”이라고 표현하였다. 청바지가 골드러쉬 시대에는 광부들을 위한 ‘문제와 필요의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를 충족시킬 때에만 기업은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 대표가 이끄는 슈어소프트테크의 사업이 그러하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고, 이 시대에도 금에 해당하는 비즈니스는 많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금보다는 청바지다. 순간 화려하기보다는 누구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사업. 그런 사업으로 150년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다.”
■“‘SW 중심 사회’가 우리의 터전이다”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의 중심이 될수록 슈어소프트의 역할은 커진다. 특히 인간을 위한 기계와 장치가 SW를 내장(embedded)할수록 슈어소프트는 할 일이 많아진다. 그중에서도 한 치의 오류도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Mission Critical) 기계와 장치가 세상에 나오려면 슈어소프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 슈어소프트가 하는 일은 작은 오류로도 세상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하는 이른바 ‘Mission Critical SW’를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핸들을 생각해보자. 초기에 이들 장치는 대개 기계식이었다. SW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차 SW가 개입하게 됐고 그러므로 브레이크와 핸들은 더 부드러워졌고 정교해졌다. 하지만 SW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브레이크와 핸들만이 아니다. 물론 자동차만 그런 것도 아니다. SW가 개입하는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이는 SW의 오작동 가능성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해 우주항공, 원자력, 철도 등의 분야에서 기계와 장치에 탑재된 SW는 그만큼 절대 무오류를 지향한다. 작은 오류만으로도 사용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는 분야인 탓이다.
■SW 모델-코딩-제품까지 토털 솔루션 제공
이들 분야에서 슈어소프트가 필요한 까닭은 대개의 개발자가 SW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영역의 개발자는 대개 그 영역 전문가다. 이를 테면 브레이크의 경우 전산학과 출신보다는 기계과 출신이 개발한다. 그러다보니 SW를 개발하고 탑재할 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 슈어소프트가 개입한다.
특히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모델링부터, 코딩, 제품까지 모든 과정(end to end)에 참여해 오류를 잡아낸다. 슈어소프트는 이를 위해 모델스크롤(Modelscroll), 코드스크롤(Codescroll), 퀄리티스크롤(Qualityscroll) 등의 솔루션을 갖고 있다. 각 단계마다 자동화된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오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최종 진단을 통해 무오류의 SW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배 대표는 “자신이 만든 것에서 오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문가인 타인의 눈이라면 그것을 발견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하고 모든 검증 과정은 현업 개발자와 협력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원자력 분야 No.1이 됐습니다”
배 대표는 “슈어소프트의 솔루션은 독보적인 국산화 제품”이라고 말한다. 아직 이 분야에선 경쟁자라 할 기업이 국내엔 없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와 원자력 분야에서 그렇다. 최근에는 국방, 우주항공, 철도 분야에서 외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조금씩 대체해가고 있다. 2017년부터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 상태다.
매출의 1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배 대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의 기업들이 우리의 경쟁사인 미국 SW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시장에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봉쇄 탓에 올해의 경우 예상보다 저조하기는 했지만, 봉쇄가 풀릴 것에 대비해 중국 기업들로부터 비딩 요구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올해에는 순이익만 100억원이 넘어요”
경영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상태다.
배 대표는 “지난 5~6년간 꾸준히 20~3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69억 원이었고 올해는 44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이익도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에는 1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매년 3~40명의 인력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으며 현재 인력은 370명이고 수년내 500명 규모를 예상한다.
또 제2 판교에 사옥을 마련해 2023년 1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주관 하에 기업공개도 준비 중이다.
■“창업 뒤 5년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순항하고 있지만 사실 창업하고 수년 동안 매우 힘들었다. 대한민국에는 그때까지 이 시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이 시장은 우리가 개척한 곳”이라며 “창업하던 2002년 만 해도 국산 임베디드 SW는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한 상태였고, 국산 임베디드 SW가 없었기 때문에 슈어소프트의 솔루션이 쓰일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부분의 임베디드 SW는 외산이었고, 이를 위한 테스트 검증 솔루션도 당연히 그 외산 임베디드 SW와 함께 외산이었다.
데스 밸리(Death Valley)는 5년간 계속됐지만 다행히 한국과 일본의 벤처캐피털 두 곳이 슈어소프트의 장기적인 비전에 동의해줬다. 그 때 두 곳에서 35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그게 데스밸리를 건너는 데 젖줄이 되었다.
■현대자동차가 봄볕을 뿌려주다
기회는 2007년에 처음 찾아왔다.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면서 이른바 HCU(Hybrid Control Unit)를 국산화하기로 한 것이다. HCU는 엔진과 배터리를 번갈아 사용할 때 여러 가지를 제어하는 SW다. 당연히 미션 크리티컬한 장치다.
배 대표는 “HCU 국산화 과정에서 외국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인 우리에게 봄볕 같이 따사로운 기회가 찾아왔다”며 “다행히도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현대기아차와는 전기차 및 수소차와 관련해 많은 작업을 같이하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두 번에 걸쳐 현대차로부터 투자도 받았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입지를 다지고, 그에 따라 임베디드 SW의 국산화 필요성도 커지면서, 우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석유화학 시장은 참 아쉬워요”
배 대표에게는 그러나 석유화학 시장이 참 아쉽다.
자동차나 우주항공 그리고 원자력발전에 비하면 덜 할 수 있겠지만 석유화학 장치에도 미션 크리티컬할 영역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여러 번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이 분야에선 국산 솔루션에 대한 길이 열리지 않고 있다.
반도체 설비 분야도 탐이 나는 시장이지만 아직 여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배 대표는 “슈어소프트의 매출이 커진다는 것은 주요 기계와 장치 분야에서 핵심 SW가 국산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심 임베디드 SW의 국산화는 기계 장비 분야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가 세상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주지?”
배 대표가 창업을 한 것은 KAIST에 다닐 때 던진 이 질문 때문이다. 그는 KAIST에서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문득 이 질문이 가슴 속에 들어왔고, 그 때 찾아낸 답이 ‘창업’이라는 것이다.
배 대표는 “인생은 저항과 도전”이라고 믿으며, 그에게 ‘저항과 도전’의 대상은 ‘세상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창업했고, 그 정신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하였던 거다.
그는 그런 정신 속에서만 150년 가는 기업이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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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로 안전한 세상(Software for Safe World)’. 배 대표에게 구체적인 ‘저항과 도전’의 대상은 그것이다. 그게 슈어소프트란 기업의 모토다. 배 대표와 슈어소프트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그 한 길로만 달려왔다.
덧붙이는 말씀: 배현섭 슈어소프트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빅데이터 전문업체 모비젠의 김태수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