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을 앞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합작사 KB라이프생명이 통합 IT시스템을 추진한다. 그러나 현재 KB라이프생명 IT프로젝트팀의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알려져, 무리하게 IT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권에선 “미완성 IT시스템이 출시될 때 발생하는 리스크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생명보험업권에 따르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IT시스템 통합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 양사는 각각 운영하던 홈페이지와 콜센터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사의 IT시스템 통합을 장밋빛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우선 KB라이프생명의 IT프로젝트팀은 오는 1월 통합 오픈을 앞두고 업무가 집중됐다는 목소리가 있다.
KB생명보험 내부관계자는 “KB라이프생명 론칭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너무 많다”며 “규모가 자체가 크지 않고 인력 구조 자체가 역피라미드이기 때문에 발로 뛰는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푸르덴셜생명보험 내부관계자는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KB에 인수되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KB생명의 과거 서버 마비 이력은 통합시스템에 불안감을 더한다. KB생명이 2019년 2월 출시한 ‘착한저축보험’ 상품은 20만원 월납 기준 1개월분만 넣어도 수익률을 100% 이상 얻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에게 KB생명 포인트 3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때문에 가입 희망자가 급격히 밀집되며 며칠동안 서버 마비를 겪었다.
양사의 IT시스템 통합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신한라이프가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는 5월 “IT통합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7월 말까지 시스템이 두 달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객들이 보험금 청구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신한라이프 내부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이후 IT개발을 밀어내기식으로 진행한 게 사실”이라며 “같은 부서원이라도 내 업무가 아니면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권에선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IT통합으로 자칫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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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때도 촉박한 일정 속에 IT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IT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할 때 까지 1년 이상 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흡한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발생 가능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