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만평짜리 '반도체 공유 오피스'...용인 서플러스글로벌 가보니

클린룸·개발실·사무실·회의실·편의시설 공유...2030년까지 10만평까지 확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2/08 15:51    수정: 2022/12/08 16:53

지난 6일 찾아간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업계가 공유하는 사무실(Office)이라 부를 만하다. 청정실(Cleanroom)·개발실·회의실·편의시설 등 각종 설비와 공간을 서플러스글로벌과 자회사뿐 아니라 입주사 직원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7만㎡(약 2만1천평) 규모의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Cluster)를 짓고 최근 문을 열었다. 건물에는 6만㎡ 항온·항습 장비 전시장과 1천700㎡ 클린룸, 1천600㎡ 데모룸, 복리후생 시설 등이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반도체 중고 장비 전시장을 꾸렸다.(사진=유혜진 기자)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전공정·후공정은 물론 디스플레이 중고 장비를 유통하는 회사다. 2000년 창립 이래 22년 동안 4만대 이상의 중고 장비를 4천개사에 공급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간판을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건물 외관과 1층 출입구, 클린룸에서 눈에 띄었다. ASML은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공간을 빌려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한다.

서플러스글로벌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지은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사진=유혜진 기자)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ASML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가 들어와 만족한다고 말하더라”며 “세계 유수 기업과 한국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 온투이노베이션과 KLA도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에 간판을 붙였다.

김 대표는 “간판을 붙일 수 있는 협력사가 올해 10개로 늘 것 같다”며 “건물 바깥에 온투이노베이션부터 시작해 ASML, KLA 옆으로 간판이 줄줄이 더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에 있는 클린룸(사진=유혜진 기자)

1층엔 클린룸이 있다. 노란 문에 ‘파워 온 데모룸(Power On Demo Room)’, ‘클린룸(Cleanroom)’, ‘연구개발 위탁생산 클린룸(R&D Foundry Cleanroom)’이라 쓰였다. 이들 공간의 청정도는 1천~10만 클래스(Class)라고 했다. 클래스는 청정도를 나타내는 규격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먼지가 적다는 뜻이다.

클린룸 밖에서 창문으로 안을 엿보니 노란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직원들은 방진복을 입고 방진화를 신고 있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장비가 전시돼있다.(사진=유혜진 기자)

최준영 서플러스글로벌 상무는 “고가 노광 공정 장비가 있어 노란 전등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소·부·장 중소기업이 ‘제품을 평가할 곳이 국내에 부족하다’고 토로한다”며 “여기서 시험용 반도체 실리콘 원판(Wafer)을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클린룸을 제대로 운영하는 소·부·장 중소기업이 몇 군데 없다”며 “여러 회사가 클린룸을 포함한 시설을 같이 쓰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외국에서 공유 사무실이 생긴 것처럼 우리는 이곳을 공유 팹(Fab·반도체 공장)이라 부른다”며 “반도체 장비와 클린룸, 인력을 나눠 쓰는 장소를 만들어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에 새로 꾸며질 공간이 많다.(사진=유혜진 기자)

1층에 빈 공간이 많았다. 바닥이 깨끗했고, 천장에는 가스 공급 배관이 설치됐다. 최 상무는 “클린룸을 늘리고 있다”며 “입주사가 빈 공간을 입맛에 맞게 쓰도록 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현재 건물 면적의 5배인 10만평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땅 사서 건물 새로 올리는 데 몇 조원이 들어간다”며 “부동산투자신탁(REITs)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데려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에 램리서치 장비가 전시돼있다.(사진=유혜진 기자)

5층에는 서플러스글로벌이 파는 반도체 중고 장비가 전시됐다. 제품마다 제조사 이름이 표시돼 ‘이것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만들었고, 저것은 램리서치가 만들었구나’ 금방 알 수 있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삼성전자로부터 들여온 반도체 중고 장비에는 한글 표식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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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러스글로벌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를 짓고 공유 사무실을 마련했다.(사진=유혜진 기자)

3층은 그야말로 공유 사무실이다. 개방된 업무 공간과 독립된 회의실 등이 여럿이다. 6층에서는 직원들이 휴게실과 탁구장, 헬스장 등에서 저마다 쉬고 있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늘면서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 같다”며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만 내년에도 서플러스글로벌 매출은 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만큼 세계에서 반도체 중고 장비를 많이 사는 나라가 없다”며 “서플러스글로벌이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