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낳고 힘든 것을 떠나, 육아맘은 집에서도 반쪽, 회사에서도 반쪽이더라고요. 뭔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를 비난할 건지, 아니면 내가 바꿔볼 건지를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저희 회사가 잘 돼서 아이들과 일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주 무무즈(씨엠아이파트너스) 대표는 올해 초 결혼을 했다. 아직 자녀는 없지만 오래 전부터 여성들이 일하는 환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육아 때문에 집과 직장 양쪽에서 반쪽 삶을 살아야 하는 그들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 사회에 대한 비난 대신, 이 문제를 내가 풀어보자는 결심이 창업하는 데 하나의 동기가 됐다.
무무즈는 2015년 설립된 씨엠아이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키즈&패밀리 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서비스는 2020년 2월 출시됐으며, 지난해 3월에는 유아동 패션 자체브랜드(PB) ‘무무즈 에센셜’을 선보였다. 현재 1천여개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 돼 있다. 직원 수는 약 80명, 누적 거래액은 1천억원, 누적 주문수는 100만 건(올 10월 기준)을 넘겼다. 시리즈B 투자를 올해 초 받아 누적 투자 유치금은 292억원이다.
이은주 대표는 보스톤 컨설팅 그룹,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제일모직 중국 상해 법인을 거치며 패션 유통업에 전문성을 키웠다. 2015년 창업해 ‘리틀클로젯’이라는 유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여 2018년 코오롱FnC에 매각했다. 그 후 육아로 힘든 부모들에게 ‘고민 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지금의 무무즈 플랫폼을 선보이게 됐다.
■ 육아맘들이 아이들 키우면서 얻은 지식 활용했으면...커머스 자체가 솔루션 돼야
얼마 전 중구 퇴계로 AK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한 무무즈는 긴급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이 직장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췄다. 아이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와 함께 회사 라운지 한편에 보육 공간을 마련했다. 상주하는 선생님이 있어 일하는 동안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육아맘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얻은 지식을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데려 올 수도 있고,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엄마한테 유치원에 안 가도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을 때,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재밌어 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국내에는 다양한 패션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유아동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소호몰부터, 백화점이나 각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까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무무즈가 가져갈 경쟁 포인트는 무엇일까.
“육아 중 거의 절반이 쇼핑에 쓰는 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쇼핑을 일처럼 하고 있는 거죠.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 때문에 맘카페에서 그야말로 헤엄치느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커머스 자체가 솔루션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검색부터 결정까지 육아로 힘든 엄마 아빠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줄 수 있는 솔루션과 같은 플랫폼 말이에요. 사이트 내에 리뷰와 커뮤니티 기능을 더욱 보완할 계획인데, 현재는 ‘무무즈대백과-보이는 실험실’을 통해 초보 육아 가족이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를 백과사전 형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 직원과 아이들이 곧 가장 가까운 고객...유아동 패션업은 불황에 강한 사업
무무즈는 유아동 쇼핑의 주체인 부모부터 상품을 직접 착용하는 아이들까지, 즉 ‘고객님’들을 사내에서 직접 관찰하고 반응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긴급 돌봄 공간이나 육아맘 채용이 직원들의 복지 같지만 사실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아이들 없는 팀원들도 많은데, 아이들이 회사에 돌아다니면 사용자를 가까이에서 보는 거잖아요. 팀원들한테도 도움이 되고, 자신들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보는 기회인 셈이죠.”
높아진 물가와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내년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규모가 작고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반면 무무즈는 다행히 상대적으로 나은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다. 아직 적자이지만 상대적으로 유아동 패션이라는 불황에 강한 사업을 하고 있어서다. 부모들이 소비를 줄이더라도 성장기인 자녀들의 옷까지 지출을 아끼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채용도 적극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물론 저희도 더 빠듯하게 위험에 대비한 재무적인 관리를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는 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소비를 가장 마지막으로 줄이는 업이다 보니, 또 무리하게 투자를 받아 성장한 회사는 아니라서 좀 나은 형편이죠. 테크팀부터 MD, 콘텐츠 팀 등 20여개 직군을 채용 중에 있습니다.”
■ 자율적으로 일하되 책임감 갖고 일해주길...글로벌 플랫폼 지향
이은주 대표는 사업적인 성장과 성과만큼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고민 중이다. 이에 직원들이 ‘워라밸’을 지키면서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적인 환경을 갖추되,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해주길 바란다. 스스로 전략적 과제를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 대표가 꿈꾸는 무무즈의 미래는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 제품들이 해외에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관문’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현재는 일본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지만, 추후에는 미국과 같은 더 넓은 시장에 무무즈의 깃발을 꽂는 목표를 갖고 있다.
"좋은 국내 브랜드 상품들을 해외에 알리는 글로벌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미국의 경우 중국 육아 제품을 선호하지 않고, 한국 제품을 많이 찾거든요. 그런데 정작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지를 잘 모르더라고요. 무무즈가 이런 해외 소비자들에게 관문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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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대표는 창업가로서의 어려움보다 일에 대한 즐거움을 더 크게 누리고 있다. 또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회사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육아로 힘든 부모들에게 쇼핑에 쏟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힘든 것도 많지만 일하는 게 재밌어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저도 그 그릇에 맞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좋게 하고, 이용자들도 육아를 편안하게 하고, 또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무무즈가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