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종이 빨대 이젠 안녕

화학연, 음료에 젖지 않고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종이 빨대 개발

과학입력 :2022/12/06 12:00    수정: 2022/12/06 12:12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지만, 눅눅해지는 종이 빨대 때문에 카페에서 불편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달부터 1년의 계도 기간을 주고 식당과 카페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빨대 사용이 금지되는 등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바다와 땅에서 100% 생분해되고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친환경 종이 빨대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생분해 플라스틱에 종이와 비슷한 성분인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을 소량 첨가하는 방식이다. 

연구를 주도한 오동엽 박사(오른쪽)와 곽호정 박사 (사진=화학연)

현재 종이 빨대는 종이 표면에 폴리에틸렌(PET)이나 아크릴 수지를 코팅해 만든다. 종이컵 코팅에도 쓰이는 물질이다. 이들 소재는 폐기 후에도 분해되지 않고 작은 입자로 떨어져 나와 미세 플라스틱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이와 플라스틱이 합쳐진 구조라 어느 쪽으로도 재활용이 어렵다. 

음료에 오래 두면 눅눅해지는 문제도 있다. 표면을 플라스틱으로 균일하게 코팅하기 어려워 종이에 음료가 닿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탄산음료에 종이 빨대를 넣으면 쉽게 거품이 인다. 코팅되지 않은 종이 부분이 물과 쉽게 결합하고 코팅된 플라스틱 부분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져, 탄산음료에 종이 빨대의 불균일한 표면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종이 빨대의 대체제로는 일명 옥수수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폴리락틱산(PLA) 빨대와 쌀 빨대가 있다. 그러나 PLA 빨대는 바다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쌀 빨대는 분해는 잘 되나 대량 생산이 어려워 가격이 비싸고 단면이 날카롭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곽호정 박사팀과 서강대학교 박제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자체 기술력으로 합성한 후, 셀룰로오스 고분자를 직경 10-20㎚, 길이 200㎚ 크기의 입자로 만든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을 소량 첨가해 코팅 물질을 만들었다.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은 종이의 주성분과 같은 성분이라 종이와 잘 붙기 때문에 종이 빨대를 코팅할 때 종이 표면과 생분해 플라스틱을 균일하고 단단하게 붙여준다. 

따라서 쉽게 눅눅해지지 않고 거품을 많이 일으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코팅 물질 자체가 종이와 생분해 플라스틱이라 100% 썩어 없어진다. 

친환경 종이 빨대 제작 배경과 재료 및 방수성 (자료=화학연)

이렇게 만든 빨대는 찬 음료뿐 아니라 뜨거운 음료나 물, 차, 우유, 탄산음료 등 다영한 음료에서 성능을 유지했다. 기존 종이 빨대는 5℃ 찬물에 1분간 담갔다 꺼낸 후 약 25g 무게 추를 걸었을 때 심하게 구부러진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 빨대는 같은 조건에서 50g 이상의 무게 추를 올려도 잘 구부러지지 않았다.

또 빨대를 포항 인근 해안에 담가 관찰한 결과, 60일만에 무게가 반으로 줄었고 120일 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일반 종이 빨대는 120일 간 형체가 보존됐고, 무게는 5%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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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엽 박사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꾼다고 효과가 즉각 나타나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클 것"이라며 "사용하기 편한 일회용 플라스틱들부터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차근차근 바꾼다면, 미래 환경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학술지 '어드맨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