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타인의 기쁨이나 슬픔, 공포 같은 정서적 상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사회성과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공감 능력을 형성하는 뇌 신경회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뇌 영역 간 기능적 연결이 어떤 기전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명예연구위원 연구팀이 생쥐 실험을 통해 우뇌의 뇌파 동기화가 공감 기능을 유도함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공감 능력 장애를 보이는 자폐와 사이코패스,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하리란 기대다.
이 연구는 학술지 '뉴런(Neuron)'에 최근 실렸다.
생쥐는 공포를 느끼면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뚜렷이 보인다. 생쥐를 이용한 '관찰 공포(observational fear) 행동 모델'은 상자 속 두 생쥐 중 한 쪽에게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생쥐는 이를 관찰하는 것으로, 관찰하는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상상하고 공감하는지를 측정한다.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은 상대의 고통을 관찰할 때 동작을 멈추는 행동의 정도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공포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정도로 나타난다. 생쥐가 이 모델에서 보이는 공포에 대한 공감은 인간이 느끼는 공감 패턴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을 기반으로 광유전학적 기법 및 뇌파 측정 실험을 더해 공감 기능에 관여하는 우뇌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또 5-7㎐ 진동수의 뇌파에 의해 우뇌의 세부 영역들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공감 기능이 유도됨을 규명했다.
생쥐 우뇌의 대뇌피질과 편도체 사이에 연결된 신경회로를 억제하자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이 감소하고, 반대로 신경회로를 강화하는 경우에는 관찰 공포 행동이 증가했다. 이로써 우뇌의 대뇌피질-편도체 상호 간 연결된 뇌신경회로가 공감 기능에 관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뇌피질 내 전대상피질 부위는 통증이나 사회적 인지 능력 등에 중요한 뇌의 영역이다. 편도체는 측두엽 내측에 있는 신경핵의 집합체로,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한 자극을 대뇌피질로 전달해 감정·정서적 경험을 구성하게 한다.
연구진은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 중 우뇌의 대뇌피질-편도체에서 5-7㎐의 뇌파 동기화를 관찰했다. 우측 대뇌피질에서 발생되는 이 대역의 뇌파를 억제하자 우뇌의 뇌파 동기화와 관찰 공포 행동이 모두 억제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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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대뇌피질-편도체 뇌파의 근원이 해마 세타파라는 것도 확인했다. 뇌 해마 영역에서 관찰되는 세타파는 인지, 정서, 선천적 공포 불안장애 등 다양한 뇌 기능과 관련돼 있다. 연구진이 광유전학 기법으로 해마 세타파를 억제하자 우뇌의 대뇌피질-편도체 부위의 뇌파 동기화가 감소하고 관찰 공포 행동이 억제됐다. 반대로 세타파를 강화하자 뇌파 동기화 및 관찰 공포 행동이 증가했다. 대뇌피질-편도체 뇌파 동기화 조절에 의해 관찰 공포 행동 기능이 양방향으로 조절됨을 밝힌 것이다.
신희섭 명예연구위원은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뇌신경 회로 및 뇌파 수준에서 규명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향후 공감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및 새로운 신경회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궁극적으로 자폐 및 조현병 같은 뇌 기능 장애 동물모델에 적용해 정신 질환 치료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