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재무통' 택한 SK 최태원...주요 계열사 전진배치

이성형 SK 사장·윤풍영 SK C&C 사장 CFO 출신…그룹 내 전략통 역할

디지털경제입력 :2022/12/01 15:57    수정: 2022/12/02 08:38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내 '재무통'의 역할을 강화한다. 기업가치 제고가 주요 미션이다.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들을 그대로 유임하며 이번 인사에서는 '변화'보다 '안정'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은 1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재무 담당 임원들의 약진이다. 이번에 승진한 이성형 SK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김철중 SK아이테크놀로지 사장은 모두 재무통 출신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최고투자책임자(CIO)에서 SK C&C 최고경영자(CEO)가 된 윤풍영 사장 역시 SK텔레콤에서 CFO를 역임했다.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긴 박성하 전 SK C&C 대표는 CFO 출신은 아니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등을 비롯한 전략기획 업무를 주로 담당해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불린다. 그는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도 SK이노베이션에서 금융·재무·경영전략 등 주요 부서를 거쳐 경영기획실장, 전략본부장을 역임한 전략통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 이성형 SK 사장, 윤풍영 SK C&C 사장 (각사 제공)

SK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 관리 전문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며 "이를 위해 재무 전략 고도화 및 적극적인 투자 자금 확보, 투자 자산 관리 강화와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과제 발굴 및 추진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 시너지 제고 위한 인재 중용

SK그룹은 내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4대 핵심사업(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에 역량을 집중한다. 지주사에서 이번에 신규 선임된 임원은 10명으로 바이오 투자센터와 그린 투자센터, 디지털 투자센터, 재무 부문 등에서 배출했다.

첨단소재 계열사에서 승진자가 다수 배출됐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구·SK루브리컨츠) 신임 대표로 박상규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을 선임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발령 났다.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 성장 전략의 실현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불확실성 및 지정학적 이슈 대응을 위해 미래전략 산하 '글로벌 전략'을 신설하고, 글로벌 생산시설 전개와 지역별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오퍼레이션 TF'를 CEO 산하에 구성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과 80년대생이 신규 임원에 포함되기도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CEO(왼쪽),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신임 글로벌 R&BD 대표 (사진=각 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7일부로 김훈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미국 법인장을 글로벌 R&BD(사업화 연계 연구개발) 대표로 승진 발령한다. 김 대표는 내년 초 미국 보스턴 사무소를 개설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백신과 바이오 사업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겸직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사업 영역과 함께 브랜드, 기업문화 등 전방위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조대식 체제 유지하며 부회장단 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조대식 의장은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2017년 선임 이후 2년 임기인 의장직을 네 번째 맡는 셈이다.

조 의장과 함께 그룹을 이끄는 부회장단 진용에는 변화가 없다.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도 유임됐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SK)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조직에 혁신과 변화를 불어넣기보다는 기존 조직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7개 위원회 체제도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멤버사의 글로벌 사업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전략위원회를 전략·글로벌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은 일부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ICT(정보통신기술)위원회 위원장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에 이형희 사장이, SV(사회적가치)위원회 위원장에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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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장동현, 박정호 부회장은 계열사 대표직과 겸하던 위원장 타이틀만 내려놓고 본업을 그대로 이어간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멤버사의 성장 스토리 실행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멤버사 간 글로벌 사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