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이슈가 워낙 컸다. 넷플릭스도 2018년 1월 프라이빗 피어링에 대한 얘기를 했고, 4월에도 품질 이슈를 언급했다. 품질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을 먼저 연결했다. 이용대가 관련해서는 2015년부터 계속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무정산으로 망 이용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적인 다툼을 다시 한 번 이어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는 28일 오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 7차 변론기일을 가졌다.
지난 5·6차 변론에서는 SK브로드밴드에서 망 연결 담당 직원인 황모씨와 마이클 스미스 넷플릭스 미국 및 캐나다 인터커넥션 총괄이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번 기일에는 SK브로드밴드 기술 담당 임원인 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과 2018년 망 이용대가에 대해 논의했는지 여부를 두고 증언했다.
"품질 문제가 있어 우선적으로 망을 연결했다"
양측은 2015년 9월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이듬해 1월 시애틀에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했다. 이후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도쿄로 옮기며 연결방식을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로 바꿨다.
SIX는 누구나 포트 비용만 내면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다. 다만 전용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BBIX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품질이 보장된다. SK브로드밴드는 SIX가 아닌 BBIX는 전용회선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사용료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
넷플릭스측은 SIX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할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특히 망 연결지점을 BBIX인 도쿄로 옮길 때에도 SK브로드밴드가 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측은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하루 아침에 옮기지 않았다"며 "논의할 기간은 얼마든지 있었는데 SK브로드밴드는 지금까지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품질 문제로 인해 망을 먼저 연결했으며 이용대가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다시 협의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2015년에도, 2018년에도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합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망을 선제적으로 연결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망 이용대가 합의가 안 돼 먼저 망을 연결하고 추후에 비용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며 "품질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건 양측이 동일하고, 넷플릭스에서 먼저 프라이빗 피어링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SFI 없어도 무정산 피어링이 원칙" vs "계약서에 서명 안 했다"
이날 넷플릭스측은 SK브로드밴드에 무정산 피어링 원칙을 이미 밝혔으며, 무상상호접속약정인 SFI(Settlement Free Interconnection) 계약서의 존재 유무와 관계 없이 무정산 피어링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변론에서 넷플릭스측은 2015년 SK브로드밴드에 SFI 계약서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측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식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망 연결과 관련한 계약을 진행할 때면 2년 가까이 협의를 진행하고 계약서 양식에 따라 양사 법률 검토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다음 단계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측은 SFI 계약서는 인터넷 업계에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측은 "SFI 계약서는 양자 간 연결에 대한 합의서로, 다자 간 연결로 이뤄진 SIX 연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또 SFI 양식을 보낸 이메일 어디에도 넷플릭스는 피어링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SIX에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킨 것에 SK브로드밴드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사 간 무정산 합의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SIX에서의 망 연결과 트래픽 소통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으며 합의 자체가 없었으니 무상 합의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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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약 10곳 정도의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계약을 진행했는데 그 중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곳은 넷플릭스를 포함해 2곳 뿐"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7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무정산 합의에 대한 심리는 마치기로 했다. 다음 변론부터는 감정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2023년 3월2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