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25bp(1bp=0.01%) 인상됐다.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인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은?
“이번 금통위에 참석한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동의했지만 인상 기조에 대한 의견은 많이 나뉘었다. 최종 금리가 4.5% 정도로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위원이 세명 있었고, 이번에 올린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위원도 한명 있었다.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의원도 두명 있었다.
10월 금통위에서는 최종 금리를 고려할 당시에는 외환시장이 상당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외요인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시중 금리를 고려했다. 이번 11월 금통위는 금융안정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아직도 물가 수준이 5%대 유지를 하고 있고 그 지속성이 상당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 속도 인하를 시사했지만, 인상 기조가 얼마나 더 오래 갈지에 따라서 외환시장이 다시 변화할 수 있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 논의할 것이다.”
- 최근 단기금융시장의 흐름 시장 불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금리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도 상반기부터 서서히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하고 국내시장의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를 올라가는 속도를 줄이고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대응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달에 예상치 않게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사건이 생기면서, 시장에선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신뢰가 상실됐다. 지난달 23일 시장안정화 정책을 택한 이후에 다른 시장은 많이 안정화 됐다고 생각하지만 부동산과 관련된 기업어음(CP)과 부동산 ABCP의 쏠림 현상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어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단기 자금 시장의 과도한 신뢰 상실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지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논의 중이다.”
- 물가상승률을 5.1%로 하향 수정했는데 4%대 진입에 대한 가능성은?
“물가지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기 보단 전체적인 트렌드를 볼 필요가 있다. 5% 수준을 4.99%로 내리면 경제전망치를 바꾸고, 5.01%이면 안 바꾼다는 해석보다는 큰 트렌드를 보고 결정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4%대 물가가 되더라도 정책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수렴하지 않는다고 그 자체가 금리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에는 항상 원칙이 있다. 첫번째 원칙은 금리 인상 기조와 상충되서는 안 되게 설정한다는 점이고, 두번째 원칙은 시장 참여자의 모럴헤드저를 막기 위해서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 12월 FOMC에서 시장 예상을 벗어나 다시 '빅스텝'을 강행할 때 대안책은?
“현재 시장에선 ’12월 FOMC의 50bp 인상‘ 의견이 대세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75bp를 올리게 되면,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많은 충격이 있을 것이다. 물론 급박한 상황에선 임시 금통위를 개최할 수 있지만, 무작정 이 방법에 의존한다면 대외적인 시각에서 ‘한국의 외환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바라볼 수 있다.”
-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내년 미국의 성장률은 0.3% 정도로 전망하고 유럽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가 다 같이 어려울 때 한국만 별도로 혼자 굉장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거나 낮은 물가 상승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지금 국내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대외적인 영향이 많다. 항상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상황과 국내 상황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게 바람직한 시각이다.”
- 이자 부담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전하실 메시지가 있다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젊은 가구주가 많은 부채를 집을 구입했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부담 등 많은 가계부채가 변동금리부채권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금리에 영향받는 게 사실이다. 또한 중간재 가격, 유가 등이 인상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고는 사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다. 여러 경제 주체가 어려움이 가중될 거라는 것은 예상하면서도 할 수 없이 추후 고통을 낮추기 위해서 하는 정책이다. 국민들께서 조금 더 참을성을 가지고 금리정책의 효과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다음은 11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상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및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되었지만 낮은 실업률 수준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전망된다.
□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10월에도 5.7%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를 소폭 하회하는 5.1% 및 3.6%로 전망되지만,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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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였지만, 단기금융시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되었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고,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