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동안 금리 연 2%p 올렸다…가계빚 부담은 24조원↑

[이슈진단+] 한국은행 2022년 금통위 어땠나

금융입력 :2022/11/24 11:22    수정: 2022/11/24 16:21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곤 했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도 이를 뒤쫓는 형국이 됐다. 

올 들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0개월 동안 연 2%p 금리를 인상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냉각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채권 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연 1.25%였던 기준금리 연 3.25%로 

24일 한국은행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p 올린 연 3.25%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05%p(50bp) 인상하는 '빅스텝'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 수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나갈 필요있다고 판단했다"며 "경기 둔화가 예상돼 0.25%p(25bp) 인상을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연 3.25%로 10개월 동안 2.00%p 올렸다. 이례적으로 2개월 연속(4·5월) 금리를 올렸다.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14년 9개월 만이다. 

2022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방향.

여기에 7월 금통위선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폭을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기도 했다. 빅스텝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빅스텝을 밟으면서 연초 연 2%대였던 시장 예측 상단도 3%대로 훌쩍 올라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금통위 스텝, 왜?

기준금리 인상이 이토록 가파랐던 적은 없다.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던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시절에도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올라왔지만, 숨 고르는 시점이 존재했다.

이 같은 한국은행의 결정에는 치솟은 물가와 예상보다 더 빠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5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4월 물가상승률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고 발언했다. 4월 국내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오르면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빅스텝을 결정한 7월 금통위에서는 물가상승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3%에서 5%로 오르는데 7개월 걸렸지만 5%에서 6%로 오르는데 한 달이 걸렸다"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며 물가 안정이라는 한국은행의 책무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미 연준 따라갈 필요없다했지만…자이언트 스텝에 '화들짝' 

지난 4월 이창용 총재는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미국처럼 반드시 금리 인상을 빨리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다. 미국만큼 물가상승률과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미국은 지난 11월까지 4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p(75bp)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했다.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 금리는 연 3.75∼4.00%로 지난 15년 동안 최고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 7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이창용 총재는 "미국 연준의 금리가 상당폭 높아지고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빅스텝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가계 이자 부담 24조원…"보완책 같이 가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앞서 금리가 0.25%p 올라갈 때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원, 기업의 경우 2조7천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현재 금리 인상 폭을 감안해 단순 산술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기업의 빚 부담은 21조6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미 주택 담보 및 전세 대출 금리 상단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증가, 연 7~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빚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회사채 금리 부담으로 기업은 은행 대출에 몰리는 양상을 띄었다. 채권 시장은 갑작스러운 시장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줄며 가격만 급등하기도 했다. 이 상황서 강원도 레고랜드발, 흥국생명 외화채권 콜옵션 미이행 공시 등으로 인해 국내 채권 시장은 한 차례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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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권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민 대출 요건을 완화해 공급을 확대하고, 제2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집행을 위해 일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 시차를 갖고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정부와 정책 공조를 통하고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 올라가는 속도를 줄이고 취약 계층의 고통에 대한 거시경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난 달에 예상치 않게 부동산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ABCP) 사건이 부동산 관련 금융 시장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기면서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라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