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금융업계에서 돌고 있다. 정권 교체 후, 금융감독당국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관한 구두 개입이 이뤄지면서 향후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들의 지배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23일 금융업계서는 2021년 11월 정부(예금보험공사) 지분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민영화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회장 선임에 다시 정부 입김이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물론이고 새롭게 지배구조를 개편한 우리금융지주에 지각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번 우리금융 회장 선임은 과거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모양새가 유사하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금융감독원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과 하나금융지주가 연루된 채용비리 사태를 정조준해 검사했다는 점이다. 당시 채용비리 사태는 오히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교체의 도화선이 됐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경고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도 현재 라임펀드·횡령과 같은 굵직한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손태승 회장이 라임펀드 일부 불완전판매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되는 '문책경고'를 이미 받았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문책경고 의결 이후 손태승 회장의 거취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최근 회장 후보를 내는 이사회를 소집해 CEO 선출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했다. 업계선 금감원이 금융사 관계자를 의례적으로 만나는 자리라기 보다는 회장 선임에 관한 개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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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가 이복현 금감원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손 회장의 연임에 여파를 줄 것으로 금융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과 11개에 달하는 과점주주에 대한 설득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 시절 KB금융, 하나금융에 관(官)출신 인사가 회장에 선임됐던 과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 윤곽이 잡히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