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오일머니' 네옴시티…"모래신기루인가, 스마트시티인가"

서울의 44배 부지 약 700조원 투입....스마트·친환경 주거·산업·관광 부지 조성

디지털경제입력 :2022/11/18 17:15    수정: 2024/04/16 22:48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약 700조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보따리를 들고 방한했다. 재계는 물론 정·관가까지 들썩이는 등 네옴시티가 불러온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량한 사막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움켜쥐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치열한 교섭전도 벌어졌다.

그리스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포럼에서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간 EPC 계약,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 간 네옴 신도시 철도 협력, 키디야, 홍해 지역 미래도시 건설에 최첨단 3D 모듈러 공법 적용 협력, 국내 5개 기업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그린 수소 등 신에너지 협력 등 국내 산업계 전방위적으로 총 26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규모는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수십조원 대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 체결 외에 네옴시티의 또다른 인프라 개발에도 국내 기업들이 추가 수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의 44배 부지에 중동 제2의 두바이 목표…최첨단 스마트시티 기술 집대성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제2의 두바이 건설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시티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네옴시티는 쉽게 말해 사우디판 천지개벽 프로젝트다. 이집트·요르단 인접 홍해 해안 약 2만6천500㎢(서울의 44배) 부지에 미래 산업, 주거, 관광특구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 규모만 약 5천억불(약 670조원)에 달한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기후를 관리하고, 도시 내 생산되는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한다. 로봇 가정부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마천루도 들어서게 된다. 특히 네옴시티는 세계인구 40%가 6시간 비행으로 접근 가능한 장소라는 이점이 더해져 세계 물동 중심지를 목표로 한다. 실례로 인근 수에즈운하에는 세계무역량의 13%가 통과하고 있다. 지정학적 이점과 최첨단 스마트 시티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무역의 교충지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네옴시티 상상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100% 지분을 소유한 'NEOM Co.'이 주요 인프라 발주처다. NEOM Co.역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이다. 네옴시티 수송 및 인프라 관련 설계 수행자로 미국의 AECOM이 선정되며 글로벌 경제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

■주거·산업·관광 한 곳에 IT·친환경으로 집약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더 라인프로젝트 ▲옥사곤 프로젝트 ▲트로제나 프로젝트 등 총 3가지 사업으로 구성됐다. 더 라인프로젝트는 네옴 스마트시티의 핵심 권역에 높이 500m(롯데월드 타워 555m), 폭 200m, 길이 170km, 면적 34㎢에 이르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다. 즉 170km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친환경 수직도시를 건설해 오는 2030년까지 900만명을 수용하겠다는 장대한 계획이다.

더 라인프로젝트가 주거, 업무, 생활의 인프라 혁신을 견인한다면 옥사곤 프로젝트는 산업 혁신이다. 총 면적 48㎢, 지름 7㎞ 세계 최대의 해상 부유식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AI 기반의 공장이 들어서고 자율주행, IT산업, RE100등 친환경 최첨단 산업이 총 집대성돼 있다.

네옴시티의 주거 프로젝트인 더 라인 프로젝트 상상도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최근까지 관광 목적의 입국을 불허하고 오직 순례 목적 입국만 허용했던 사우디의 인식 변화를 엿볼 있는 대목이 트로제나 프로젝트다. 2026년까지 네옴 지역 산맥에 약 60㎢ 부지에 스키장, 리조트 종합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네옴시티를 선정하기도 했다. 중동 최초의 동계 스포츠 축제를 개최하고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부실한 왕권 입지 강화…인권 탄압·비현실 등 네옴 시티의 두 얼굴도 부각

네옴시티 추진의 표면적인 배경은 석유 중심의 사우디 산업을 탈피하고 친환경에너지·IT 등으로 국가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실제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전 세계 자산총액 1위를 고수 중이다.

특히 정부 재정의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데다 글로벌 에너지 동향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것 역시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변화케 만드는 유인이었다. 다만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번 네옴시티 추진은 사우디 왕권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7년 6월 불과 서른 두살의 나이로 사우디 왕위 계승 1순위로 등극했다. 당초 사우디의 왕위 계승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 당시 내무장관이었다.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애초 계승자를 폐위시키고 자신의 친아들을 왕위 계승자로 책봉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위 계승의 명분을 무시한 채 왕좌에 등극했지만 부실한 입지 기반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청년실업률이 40%를 넘어서고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은 이슬람 문화, 모든 경제력이 왕실에 집중된 경제 구조 등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진된 것이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개혁적 군주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여성 운전을 허용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지만 이 모두 사우디 어린 왕세자의 검은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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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애초 서울의 44배(2만6천500㎢)나 되는 황량한 사막 위에 최첨단 도시를 짓고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정작 친환경 스마트 시티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육지 단절로 인한 생태계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특히 더 라인 프로젝트는 높이 500미터에 170킬로미터 길이의 장벽을 만든다는 것인데 현실화 될 경우 햇빛이 거의 들 수 없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치명적이다. 동시에 2020년 당초 네옴시티 부지에 살던 부족들의 의사를 생략하고 강제 퇴거를 집행했다. 이에 저항하는 활동가가 사우디 보안군에게 처형 당하는 사건도 발생해 인권 탄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