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 상태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어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매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계약 갱신 시점을 앞둔 세입자와 집 주인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부동산 심리 지수는 매도자가 매수자 보다 80.8% 많은 상황이다. 즉,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있지만 살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매수자가 줄어든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KB부동산이 올해 10월 월간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99.469로 올해 1월(100) 대비 0.5% 하락했다. ▲서울(99.627) ▲강북 14개구(99.110) ▲강남 11개구(100.093) 으로 집계됐으며 세종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기준 일자인 2022년 1월 대비 세종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93.067로 떨어졌다.
매매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셋값도 하락했다. 10월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지수는 99.853으로 2022년 1월(100) 대비 0.1%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폭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지수는 98.624로 2022년 1월과 비교해 1.4% 하락, 서울 지역은 98.043으로 1.9% 떨어졌다.
금리 부담에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전셋값도 하락세다보니 전세 수요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공인중개사 A씨는 "급매를 내놓더라도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고 전세 건도 계약 종료 3개월 전에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역전세'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집 주인은 차기 세입자를 구해야 보증금을 줄 수 있는데 차기 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전세보증금도 떨어져 빚을 내 이를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세입자는 집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떼어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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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역전세가 심화될 수 있지만 정부 대책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세입자들의 공포 역시 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전국에서 임차인·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 경매 건수는 99건으로, 100여건을 매달 돌파하고 있는 상태다. 강제 경매 건수는 ▲7월 145건 ▲8월 156건 ▲9월 142건 ▲10월 155건으로 집계됐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데다 총 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 탓에 전세보증금 반환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는 전망하고 있다.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 집 주인, 전세보증금을 한 푼이라도 낮춰 대출 원리금을 줄이려고 하는 세입자 간 이해관계가 있어서 해결이 쉽진 않다"면서도 "집 주인이 반환 불능 상태까지 가지 않도록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