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가적 기후 목표와 이행 수준이 국제사회 최하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14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받았다.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18번째 CCPI를 발표했다. CCPI는 매년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새로 발표한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받았다. 한국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은 나라는 카자흐스탄·사우디아라비아·이란뿐이다. 이번 CCPI는 지난해 말 한국이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담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국제메탄서약 가입이 모두 반영됐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여전히 매우 불충분하다는 분석이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각각 점수를 책정해 평가하고 모든 점수를 합산해 국가별 종합 점수를 낸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재생에너지·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기후 정책 부문에서 ‘저조함’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축소해 기후위기 대응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의 30%로 상향하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올해 8월 말에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는 21.5%로 낮아지며 사실상 재생에너지 목표가 후퇴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딘 이유로 복잡한 인허가 규제와 공정하지 않은 계통 접근 권한을 꼽았다. 또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소유 화력발전을 우대하는 전력시장 구조와 화력발전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한전 재무상황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하반기 유연탄과 LNG 개별소비세를 완화하고 한전의 제안에 따라 연료전환성과계수의 환경기여도를 삭제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이 투자하고 있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비롯한 해외 가스전 사업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다. 기후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야 할 것을 감안한다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스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해외 가스전 사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가 없어서 종합 1~3위는 빈자리로 남겨졌다. 덴마크가 4위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고 스웨덴·칠레·모로코가 그 뒤를 이었다.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현황도 주목받았다. 인도(8위), 영국(11위), 독일(16위) 3개국이 ‘매우 높음’을 받으며 기후 대응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23위), 인도네시아(26위), 프랑스(28위) 등 과반이 넘는 12개국이 ‘중간’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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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조규리 연구원은 “한국이 지난해 잇따른 기후목표를 선언했음에도 일부 이에 반하는 정책기조로 인해 올해도 한국이 CCPI 최하위권에 머무르게 됐다”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 독점 전력시장 구조와 복잡한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등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얀 버크 저먼워치 선임고문(CCPI 공동 저자)은 “오늘날, 화석연료 체계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후 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로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각 국가는 에너지 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을 증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