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한미 양국간 물밑 교섭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진행하는 동시에 모든 인력을 동원해 법안 수정을 적극 타진 중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 관련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기업에 호혜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IRA 법안 수정과는 별개로 원자재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아발론·스노우레이크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에 더해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탄산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 역시 호주 퍼스시와 글로벌 리튬을 조달받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같은 국가 레이크리소스사와도 지분투자를 진행해 리튬 총 23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최근엔 칠레의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도 성사시켰다. 두 기업 모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원자재를 조달받아 IRA 법안의 세제 혜택 조항을 만족시키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삼성SDI는 대관라인을 가동하면서 IRA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워싱턴DC 대관 담당자를 현지에서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사 차원의 해외 대관에서 벗어나 삼성SDI 독자 대관 인력을 구성해 전방위적 IRA 대응을 추진 중인 것.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IRA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국내 기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면서 IRA 법안 수정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의 완성차 업계와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미국 정부로써도 국내 기업을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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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점쳐친다. 이 때문에 IRA 법안 수정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 역시 IRA 속도 조절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어 이번 선거를 결과를 이분법적으로 예단할 수만은 없다. 실제 지난 9월 라파엘 워녹 민주당 민주당 상원의원은 IRA 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2026년까지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산업부 역시 이번 선과 결과를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당이 다수당이 되면 IRA법안 수정에 유리하다는 것은 굉장히 단순한 논리"라면서 "그와는 별개로 IRA 법안 대응은 여러가지 정치적 논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