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자 편집(CRISPR) 기술로 조작해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개인 맞춤형 항암 면역 치료 기술이 나왔다. CRISRP와 항암 면역 치료를 결합, 항암 연구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로스앤젤레스대학(UCLA) 등 연구진은 환자의 혈액 샘플과 암 세포의 변이를 분석, 암 세포 변이를 가장 민감하게 찾아내는 면역 T세포 수용체를 찾았다.
이렇게 찾은 수용체를 유전자 편집 기술로 환자 혈액 속 T세포에 붙이고,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 결과는 10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 암 세포 잘 찾는 면역 세포 수용체 찾아 환자에 재주입
면역 세포는 일반 세포와 암 세포를 구분하고 암 세포를 공격하는 수용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수용체나 암 세포의 변이는 환자마다 각각 다르다. 연구진은 이들 수용체를 효과적으로 찾아 분리해 다시 환자 면역 세포에 주입하기 위해 CRISPR 기술을 활용했다.
우선 개별 환자의 혈액 샘플과 암 세포 검체에서 나온 DNA를 시퀀싱해 피에는 없지만 암 세포에는 있는 변이를 찾았다. 이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T세포 수용체와 가장 잘 반응하는 암 변이를 예측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암 변이를 가장 잘 인식하는 수용체를 찾아 유전자 편집 기술로 T세포에 다시 붙인다. 환자의 기존 면역 세포 수용체를 차단하고 유전자 조작된 새 면역 세포를 집어넣었다.
이를 통해 종양에 대한 공격 능력이 약해진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생체 검사 결과, 유전자 조작된 수용체는 암 환부에서 기존 환자의 수용체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 암 세포에 나타난 면역 세포의 상위 20%를 이들 유전자 편집 세포가 차지했다.
■ CRISPR + CAR-T...폐암 등 고형암에도 효과
화학 치료를 받는 16명의 암 환자에 37종의 수용체를 주입한 실험 결과, 5명은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안정 상태에 들어섰다. 11명은 항암 치료가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일 때 나타나는 수준의 진행을 나타냈다. 2명은 발열과 오한 등 부작용이 나타났으나 곧 회복했다.
환자 면역 세포에 암 항체를 첨가해 다시 주입하는 기존 CAR-T 치료가 주로 혈액암 계열 종양에만 잘 듣는 반면, 이 치료법은 폐암과 같이 신체 장기에 발병하는 일반적인 고형암에도 효과적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주입된 유전자 조작 면역 세포는 암 환부를 효과적으로 찾아가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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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번 소규모 연구를 통해 CRISPR와 면역 치료를 결합한 개인 맞춤 항암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낮은 용량으로 임상을 진행한만큼, 향후 보다 강하게 처방을 하면 효과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유전자 조작 면역 세포 배양 속도를 높이고, 체내 효과를 강화하는 연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안토니 리바스 UCLA 의대 교수는 "CRISPR 기술 덕분에 특정 암을 인식하고 공격하는 면역 수용체를 활용하는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의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