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700건 오배송으로 고객 우롱하고도 당당한 현대홈쇼핑

1700건 오배송 중 재배송 처리는 4건..."고객신뢰 최우선 원칙"은 말로만

기자수첩입력 :2022/11/09 18:32    수정: 2022/11/09 18:34

“전체 6천 건 중 1천700건 오배송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민영 위원)

“방송사는 협력사가 상품 분류 실수를 해서 오배송 사건이 발생했다고 답변했지만, 이해가 안 간다. 이후 처리도 포인트 적립, 현금 지급, 재배송, 반품으로 했는데 이 과정도 이해가 안 간다. 잘못 배송을 했으면 다시 배송해주는 게 맞다.” (방심위 윤성옥 위원)

지난 8월 26일 현대홈쇼핑에서 송편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방송에서 동부콩, 참깨, 흑임자 송편 3종 구성 상품을 보고 주문했지만, 흑임자 송편이 빠진 구성만 배송이 온 것이다.

현대홈쇼핑 임대규 CEO인사말

소비자 한 두 명만 이런 불편을 겪은 것이 아니다. 전체 6천1건 주문 중 1천692건이나 잘못 배송됐다. 또한 윤성옥 위원의 말대로 잘못 배송했으면 다시 배송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재배송 처리는 4건에 불과했다.

현대홈쇼핑은 이 사고 관련 ▲포인트 적립 1천449건 ▲현금 지급 151건 ▲재배송 4건 ▲반품 처리 88건으로 처리했다. 방심위에 민원을 올린 제보자는 재배송을 요청했지만 현대홈쇼핑으로부터 ‘재고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재고가 없다던 현대홈쇼핑은 해당 방송일로부터 5일 이후 동일 구성 상품을 재판매했다.

현대홈쇼핑은 방심위에 사고 원인으로 “협력사가 상품 분류 실수를 해서 발생한 오배송 사건”이라고 답변했다. 협력사 직배송 상품인데, 협력사 측에서 실수를 했다는 설명이다. 또 포인트 적립, 현금 지급, 재배송, 반품 등으로 이뤄진 처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처리를 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협력사 실수로 발생한 사고라지만, 소비자가 결국 제품 구매를 결심했던 요소에는 현대홈쇼핑의 신뢰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 세 명 중 한 명은 원하는 상품 구성을 받지 못했고, 일부는 재고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하고서 똑 같은 상품이 판매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외에도 현대홈쇼핑은 지난 7월 ‘청수식품 제주 순메밀면’ 판매 방송에서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내산’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또 5월 쿠션 판매방송에서는 ‘마스크프루프’로 상표를 등록했을 뿐인 상품을 특허 받은 것처럼 소개해 방심위 의견진술 결정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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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구매 채널에 대한 믿음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눈속임이 지속된다면 소비자의 실망감도 점차 커져, 결국 그 채널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는 CEO 인사말에서 “고객의 신뢰는 현대홈쇼핑이 지켜야 할 원칙이자,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홈쇼핑을 믿고 있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임 대표의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