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KT 차기 대표 인선 작업이 시작됐다. 연임에 성공하면 구 대표는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명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는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1명 등 9인으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연임적격심사에서는 구 대표의 재임기간 동안 경영성과와 소비자, 임직원, 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만족도를 비롯해 기업 가치 제고, 지속 가능한 발전 기여 가능성, 리더십 등을 따지게 된다.
■ 구현모의 디지코 KT, 지난 3년 성과 살펴보니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KT가 전통적인 통신 기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디지코(DIGICO) KT'를 목표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추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계열사를 재편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3년간 KT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특히 구 대표는 취임 후 B2B 사업 강화를 위해 'KT엔터프라이즈'라는 브랜드를 공개했다. AI컨택센터(AICC) 사업을 강화했으며 AI GPU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인 'HAC'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디지털전환(DX)을 돕고 있다.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KT는 지난 4월 기존 클라우드·IDC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AI와 로봇, 물류,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를 서로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KT는 이미 AI원팀, 클라우드원팀 등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T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디지코 전략은 올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한다. KT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조4천772억원, 영업이익은 4천52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18.4%씩 증가했다.
특히 3분기 KT는 B2B 플랫폼 사업에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디지털전환(DX)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AICC 사업 매출은 대형 구축사업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91.7%나 성장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020년 구 사장 취임 당시 KT의 주가는 1만9천700원이었다. 이후 부진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KT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5월에는 장중 3만8천500원을 기록해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 디지코 KT 위한 지주형 전환
디지코 KT를 위한 큰 축은 바로 지주형 전환이다. 구 대표는 계열사를 미디어, 금융, 고객서비스 등으로 나누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회사를 서로 묶고 있다. 독립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회사는 분사시키고 있기도 하다. 계열사를 핵심적으로 재편해 자체적으로 성장시키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구 대표는 특히 미디어 계열사를 중심으로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KT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 형태로 두고 스토리위즈, 지니뮤직, 밀리의서재를 자회사로 편성하는 식이다. 최근 KT는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 5천평 규모의 미디어센터를 구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미디어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합 구축된 백석 미디어센터에서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채널당 구축비용과 상용 전력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KT는 IPTV 부문 경쟁력을 KT스카이라이프와 HCN에 이식하는 형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KT의 지주형 전환 효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3분기 KT 콘텐츠 자회사는 콘텐츠·광고·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높은 성장을 이뤄내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4.7% 성장했다. 특히 스카이TV는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에 힘입어 ENA 채널의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 단가를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4월 분사한 KT클라우드도 올해 1~6차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 기관 수, 시스템 수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KT는 분사한 KT클라우드의 성공에 힘입어 헬스케어 등 다른 사업 부문의 분사도 고려하고 있다.
■ 12년만의 내부 출신 인사…불안 요소는
2020년 3월 선임된 구 대표는 1987년에 입사해 30년간 KT에 몸담은 '정통 KT맨'이다. 남중수 대표 퇴임 이후 12년 만의 내부 출신 인사로 초반부터 주목받았다. 구 대표는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으며 이후 경영전략 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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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앞서 KT 직원들은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중 4억3천790만원을 19·20대 여야 의원에게 후원한 혐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구 대표도 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각각 1천만원,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변수 중 하나다. KT는 정치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대표 선임에 영향을 받아 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것은 황창규 대표 뿐이다. 정치적 외풍이 심한 KT 구조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