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구글은 어떻게 '가짜뉴스'의 생명줄이 됐나

프로퍼블리카의 충격적인 탐사보도

데스크 칼럼입력 :2022/11/02 15:16    수정: 2022/11/17 22: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뉴스랩을 통해 다양한 저널리즘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엔 '허위정보와의 전쟁’을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구글은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이 번성하도록 돕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구글은 ‘팩트체크’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팩트 체크 작업을 돕는 ‘디지털 저널리즘’ 무료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활동이 순수하게 공익적 의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허위정보 퇴출’은 구글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검색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사진=구글

그렇다고 해서 구글의 저널리즘 지원 활동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탐사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가 특종 보도한 뉴스가 보여주는 구글의 얼굴은 사뭇 다르다. 구글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사이트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 프로퍼블리카 뉴스 바로가기)

■ "겉으론 허위정보 퇴치, 뒤로는 허위정보 사이트에 광고 배치" 

구글은 그 동안 신뢰할 수 없거나 해로운 주장을 담고 있는 콘텐츠에는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건강, 기후, 선거, 민주주의 같은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이트들에는 구글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프로퍼블리카가 전 세계 수 천 개 사이트에 있는 1만3천개 이상 웹 페이지를 조사한 결과는 이런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사이트에 광고를 버젓이 게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프로퍼블리카는 “구글의 기본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이트에도 광고가 실리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허위정보 유포 사이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구글은 포인터연구소의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가 코로나19 관련 허위 주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 온라인 페이지 800개 중 41%에 광고를 배치했다.

(사진=프로퍼블리카)

또 과학 정보 신뢰성 평가전문 비영리 조직인 사이언스 피드백(Science Feedback)이 거짓 정보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 온라인 페이지 중 20%에도 구글 광고가 게재됐다.

이런 현상은 영어 사이트보다는 다른 언어로 된 사이트에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구글이 영어로 된 허위정보에는 좀 더 신경을 쓰는 반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같은 다른 언어권 사이트는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로퍼블리카는 구체적인 비교 수치도 공개했다. 구글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영어 사이트 중 구글 광고가 게재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반면 다른 언어권 사이트에선 그 비율이 30~90% 수준에 이르렀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발칸 3국에선 허위정보를 마구 퍼뜨리는 사이트 30개 중 26개가 구글 광고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프로퍼블리카가 지적했다.

영어로 된 사이트에선 허위정보나 유해성 주장을 담은 사이트에 광고를 싣지 않기 위해 비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 반면, 다른 언어권에선 사실상 손을 놓는 셈이다.

■ "사악해지지 말자"고 외치던 구글의 이율배반적 행보 

한 때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로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광고 하나 없는 깔끔한 시작화면은 청정기업 구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모든 기업들이 ‘이익’을 이야기할 때 구글만은 자유와 원칙에 충실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이제 구글에게 이런 가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검색, 모바일 운영체제(OS)부터 쇼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를 활용해 24시간 감시망을 가동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백보 양보하면,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검색 사업자였던 구글이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요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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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로퍼블리카의 보도는 조금 다르다. 겉으로는 ‘허위, 유해정보 퇴치’를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그런 주장을 담은 사이트에 버젓이 광고를 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행 불일치'의 극단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행태 때문에 ‘허위, 유해정보 유포’를 통해 트래픽을 유인하는 사이트들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른바 '가짜뉴스 사이트'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비난을 하는 걸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