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것일까

[이균성의 溫技] 괴이한 M&A와 엉뚱한 상상

데스크 칼럼입력 :2022/10/31 13:26    수정: 2022/10/31 14:10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것은 괴이하다. 이번 인수는 한화로 60조원 안팎이 들어가는 빅딜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4위인 SK하이닉스를 통째로 살 수 있는 돈이다. 당연히 엄청난 경제뉴스다. 그런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경제뉴스보다는 정치뉴스로 취급받는 모양새다. 트위터 인수로 인한 빅테크 시장의 판도 변화를 다루는 뉴스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머스크부터 이번 인수를 단순히 ‘경제 행위’로만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특히 "내가 사랑하는 인류를 돕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을 만드는 일도 ‘경제적으로’ 인류를 돕기 위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머스크의 발언은 ‘경제적’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이어지는 그의 발언이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머스크는 "현재 소셜 미디어는 증오를 낳고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극우파와 극좌파의 반향실(echo chamber)"이라며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신념이 건강하게 논의될 수 있는 공동 디지털 광장을 갖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새는 풀려났다(bird is freed)"고 덧붙였다. 새로 상징되는 트위터를 통제로부터 해방했다는 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언제부터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지난 4월 이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당시 트위터 지분 9%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그리고 일주일 뒤 트위터 지분 모두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열흘 뒤에는 트위터 이사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트위터는 2010년대 중반부터 서비스가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부터는 매각설이 나돌았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이유는 밝혔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된 정확한 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트위터에서 퇴출당한 것이 중요한 계기였을 수는 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인수 제안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지자들이 지난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할 때 트럼프는 이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퇴출됐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그래서 새롭게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 퇴출 이후 자신이 직접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이제 제정신인 사람이 트위터를 소유하게 됐고 극좌 정신병자와 미치광이가 더는 운영하지 않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마샤 블랙번 연방상원의원도 "머스크는 빅 테크의 우파 검열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했다"고 말하였다.

민주당 중심의 좌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권리 옹호 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트럼프와 폭력적 우익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금지 조치를 계속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좌파 사용자들은 트위터 탈퇴를 선언했고, 다른 SNS로 온라인 `사이버 망명`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위터가 불확실한 길을 걷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에서도 나왔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유럽에선 새가 우리 규칙에 따라 난다"며 "새는 풀려났다“는 머스크 발언을 반박했다. 인도의 전자정보기술부 장관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성명을 내고 "플랫폼 소유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규칙과 법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SNS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도 필요에 따라선 통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인수가 ‘경제적’이기보다 ‘정치적’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이유 두 가지는, 마치 정권교체 이후 내각을 바꾸는 것처럼 인수한 뒤 곧바로 임원진을 대거 해고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과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경제 행위라기보다, 노선과 가치에 반하는 존재를 거세하고 자신의 자유의 토대를 극대화하려는 정치 행위에 더 가까운 거다.

트위터 절정기는 아마도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촉발된 유례없는 반정부 시위, 즉 ‘아랍의 봄’ 때 기성 언론을 능가하는 전파력을 입증했을 때인 듯하다. 트위터를 통한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해당 지역 부패한 집권 세력을 도미노처럼 쓰러뜨렸던 사건. 하지만 그 이후 트위터는 집단 어뷰징이 극성을 부리며 온건한 보통사람한텐 매력이 떨어지고 독종들이 대거 무리를 거느리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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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마우스를 위한 빅 마이크. 그리고 빅 마이크에 귀 기울이는 확증편향의 사람들이 빅 마우스를 갈망하는 곳. 그게 지금의 트위터인지도 모르다. 머스크가 주장하는 자유, ‘문명의 미래에 중요한 공동 디지털 광장’으로서의 자유는 ‘아랍의 봄’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일까, 아니면 빅 마우스에 더 큰 빅 마이크를 제공하자는 것일까. 이번 인수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표현은 뛰어난 통찰일 수 있다.

진짜 궁금한 점 하나. 머스크는 혹시 미국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트럼프보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그가 더 젊고 더 큰 기업을 일궈냈으며 트위터 팔로워 숫자에서도 1억명 대 9천만명으로 앞서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또한 원래 정치인은 아니었지 않은가. 그럴 가능성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