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美 포쉬마크 인수, 5년 뒤가 궁금하다

[이균성의 溫技] 이해진의 숙원, 글로벌

데스크 칼럼입력 :2022/10/24 08:47

네이버가 미국 패션 분야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이 발표로 인한 주가 흐름은 뜻밖이었다. 보통 대형 인수합병(M&A)이 발표되면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네이버 주가는 반대였다. 당일에만 8.79% 급락해 17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하락세는 며칠 더 이어져 1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포쉬마크가 현재 적자 상태이고, 인수 비용이 너무 높으며, 해외 상거래 사업의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네이버가 미국 이커머스 시장 진입에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고 평가했다. 노무라 증권도 “네이버가 최근 인수하거나 설립한 웹툰, 이커머스 플랫폼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나흘간 8천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포쉬마크

인수가격은 한화로 2조3천억원 가량 된다. 이 금액이 비싼 지 적정한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네이버가 왜 이런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이 금액에 포쉬마크를 인수한 것인지는 궁금했다. 궁금증이 다소 풀린 것은 미국의 유명 경제매체 포춘의 발표 때문이다. 포춘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2022' 중 48위에 포쉬마크를 올렸다. 포쉬마크는 국내에선 잘 몰랐던 기업이지만 ‘숨은 진주’일 수도 있다.

포춘 발표 이후 다시 보니 이번 인수에 모든 증권사가 인색하게만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유안타증권의 이창영 연구원은 8.79%가 폭락한 다음날 “포쉬마크 인수 발표 후 과매도로 주가가 떨어졌다”며 “이는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중고거래 시장은 국내 당근마켓이 고성장한 경로와 같이 고성장할 것"이라며 ”포쉬마크는 당근마켓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주가 폭락 배경에 외국계 증권사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외국계 증권사가 대규모 매도와 공매도를 주도했다는 것.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한국거래소 등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주가가 폭락한 4일과 5일 이틀간 거래량 1038만여 주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 두 곳에서 271만주의 매도와 28만주의 공매도가 있었다. 이틀 거래량의 26%가 넘는 규모이다.

사실 주가의 단기적인 등락은 기업의 펀드멘탈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지금은 고금리와 고환율 그리고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탓에 주가의 변동성이 큰 시기다. 특히 네이버 같은 성장주가 그 격랑 속에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위기에 잘 준비한 기업이 경기 활황기가 도래하면 더 높이 날아오르는 게 이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포쉬마크 인수로 보건대, 검색과 AI 등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기반기술을 심화하면서, 글로벌, 커뮤니티, MZ세대 등 3가지를 사업 확대의 키워드로 보는 듯하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기존 사업이 성숙되면 성장성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네이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마련하기 위한 키워드가 글로벌, 커뮤니티, MZ세대 등 3가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쉬마크는 이 3개 키워드에 딱 들어맞는 기업일 수 있다. 온라인 상거래이기는 하되 북미 지역에서 아마존과 경쟁하지 않고 아마존이 할 수 없는 시장을 한정된 품목(패션)과 커뮤니티 기반으로 파고드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이미 이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한국(크림) 일본(빈티지시티) 유럽(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하고 있다. 포쉬마크 인수로 북미-유럽-한국-일본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셈이다.

지역만 확대되는 게 아니다. 글로벌 MZ세대가 이용할 네이버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도 한층 강화된다. 네이버는 같은 차원에서 지난해 캐나다의 웹소설 커뮤니티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했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글로벌 누적 가입자 3억4천만 명 규모로 키웠으며, K-POP 팬덤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갖고 있다. 모두 오래 계획하고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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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대표의 말이 이를 압축한다. 그는 인수 발표 회견에서 “미래의 핵심 사용자들에게 ▲C2C 쇼핑 ▲웹툰 ▲K-pop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C2C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 세 글자는, 이해진 창업자의 필생의 숙원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이미 라인, 웹툰,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포쉬마크 인수 5년 뒤 결과가 궁금하다. 네이버는 ‘한국 대표 포털’를 넘어 MZ세대를 열광시키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목표는 그것일 텐데,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