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사퇴·무료 서비스 이용자 보상…'고개 숙인' 카카오

"카카오톡 관련 비판은 국민 관심·기대 반영...달갑게 받아들인다"

인터넷입력 :2022/10/19 16:35    수정: 2022/10/19 17:56

최다래, 김성현 기자

올 초 카카오 지휘봉을 쥔 남궁훈 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행보다. 남궁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사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19일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비, 대응 상황이 이용자들 기대에 못 미쳐 장시간 큰 불편을 드렸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남궁훈 대표는 사고 재발 방지에 전념하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놨다. 최근 꾸린 비대위 재난대책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남궁 대표는 “예전에 사고 발생 후 대표가 그만두는 걸 보고 사임이 책임을 지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면서도 “사퇴는 곧 이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쏟을 것이란 약속”이라고 말했다.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카카오 대국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장애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3월 카카오 대표에 오른 그는 메타버스 사업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주며, 내부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남궁 대표는 “출시 준비 중이거나, 새로운 사업은 권미진 수석 부사장 주도로 진행 중”이라며 “퇴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유료 서비스 바로 보상...무료 서비스는 신고 사례 접수 받아"

서비스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카카오를 혼자 이끌게 된 홍은택 대표는 “금번 사고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챙길 것”이라고 했다.

홍은택 대표는 “유료 서비스 피해는 바로 보상하고 있지만 무료 서비스는 신고 사례를 받아본 뒤 정책을 살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피해 접수 채널은 2주 정도 열어둘 것”이라고 답했다.

보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 관련, 홍 대표는 “기업휴지보험을 들지 않았다”면서 “아직 보상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했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면, 구상권 여부와 관계없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작업 도구 이중화 안된 점 치명적 실패...데이터센터 완공 등 완전한 이중화 목표"

서비스 복구가 지연된 원인이 데이터 이중화 조처 부재라는 지적에, 홍 대표는 “이중화 수준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의 문제”라며 “우리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셧다운되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고 이중화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고객 데이터와 주요 서비스 운영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중화가 됐지만, 이를 다루는 작업 도구가 (이중화) 안됐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실패”라면서도 “완전한 이중화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그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서버 9만 대를 데이터센터 4곳에 분산했지만,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천 대 서버에 운영자 서버가 집중된 점이 문제였다는 것.

카카오는 4천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시흥에서도 내후년 데이터센터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체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와 내진 등 방재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SK C&C 책임공방은 본질 관련 없어...카카오 비판 달갑게 받아"

SK C&C와의 책임 소재 공방 관련해서 홍 대표는 “특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화재감식반 등 조사하시는 분들을 통해 투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홍 대표는 “SK C&C 전력 차단 초기 대응이 아쉽지는 않냐. 사건 관련 정확한 정보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화재 발생 시 우리 전산실로 공급되는 전력이 불에 탔다. 이미 그때 서버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됐다”며 “(전력 중단) 통보를 했냐, 안 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불이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물을 뿌려야 한다는 결정을 소방서에 했다고 하는데, 소방서가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정하는 게 맞다. 누전이 되기 때문에 전력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고, 그 결정을 SK가 아닌 소방서에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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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본적으로 이는 부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서 들었고 이런 얘기는 본질하고 관련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일차적 원인이 SK C&C에 있는데, 카카오에 많은 비판이 오는 것에 대해 억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카카오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달갑게 받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