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릿지 "美 ETF로 검증한 '퀀트', 가상자산에도 유효"

오종욱 대표 "금융 지수 연계 투자상품·전문 펀드 출시 계획"

컴퓨팅입력 :2022/10/14 14:12    수정: 2022/10/14 17:47

가상자산 시장이 거시경제와 맞물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는 당분간 기대되는 호재가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숨을 내쉬지만, 지금이야말로 시장 진입에는 적기라고 보는 기업들이 많다. 전통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소식들이 잇따라 들려오는 상황이다.

금융업계가 가장 분주한 모습이다. 국가마다 가상자산을 새로운 금융으로서 다루는 법규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금융 기업들이 많아졌다. 기존 사업자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을 토대로 출발한 사업자들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퀀트 기반 핀테크 기업인 웨이브릿지도 이런 플레이어 중 하나다. 퀀트는 수학, 통계학, 금융공학적 기법을 토대로 시장을 분석해 금융 상품을 개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퀀트 기술을 토대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지수를 선보이고, 기관 대상 가상자산 중개 플랫폼 개발을 준비하는 등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가상자산 영역에서 행보를 이어나가던 웨이브릿지가 최근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S&P·채권·국채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3종을 출시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가장 선진적인 전통 금융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기존 사업자들이 가상자산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는 속속 나타나지만, 가상자산 사업자가 전통 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흔치 않은 사례다.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시장을 분석하는 퀀트 역량은 가상자산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전통 금융 시장에서 검증한 퀀트의 경쟁력을 토대로, 현지 가상자산 투자 상품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웨이브릿지 오종욱 CEO

Q. 미국 자산운용사 네오스를 설립한 배경은?

"핀테크 회사로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하고자 한 것이다. 저희는 자산운용업, 증권업계에서 퀀트 기반 투자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규제 환경과 시장성을 따져 미국 시장을 주목했다. 파생상품 시장은 또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으로 갈리는데 저희는 디지털자산 기반 글로벌 사업을 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쯤부터 미국에서 자산 운용업을 했던 인력 7명을 설득해 11월 회사를 설립했다. 저희가 30억원 가량 자금을 납입하고, ETF 상품 3종에 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신청해 라이선스는 7월, ETF 상장 인가는 8월에 받았다."

Q. 규제 환경과 시장성을 따진다 해도 가상자산 영역에서 활동하던 국내 핀테크 회사가 미국에서, 먼저 전통 금융 시장에 진출한 점이 뜻밖이다.

"디지털자산 운용은 웨이브릿지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영역이지만 국내는 제도권으로 편입돼 있지 않아 사업이 어렵다. 아직까지는 상장 기업이 암호화폐를 매입하는 것에 대해 금융 당국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일단 원화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바뀌면 자금 출처 파악이나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에서 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국내 금융 당국도 법제를 마련하고 있지만, 디지털자산 기반 상품을 만들고 언제 열릴 지 모를 시장을 기다리느니 시장에 열려 있는 미국에 진출해 자산 운용사를 설립하는 게 맞다고 봤다.

저희는 제도권 금융과 디지털자산, 레거시 업체와 핀테크 업체 중 모두 후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다. 전통 금융권이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 핀테크 업체이면서, 블록체인을 잘 안다.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따져보면 이런 사업 행보는 당연한 수순이다."

Q. ETF 상품은 어떻게 기획됐나.

"미국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했다. 월별로 달러를 배당해주고, 주 당 50달러면 구매 가능한 상품 3종을 출시했다. S&P 500, 미국 토탈 투자등급 채권, 미국 단기 국채와 연동된 상품들로 기대 수익은 리스크에 따라 각각 12%, 6%, 3~4%다. 투자자가 원하는 리스크 수준에 맞게 미국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웨이브릿지 美 운용사 네오스, 인컴 ETF 3종 출시

Q. 준비 중인 가상자산 연계 투자 상품은 어떤 방식인가.

"'비트코인 하이 인컴 트러스트'라는 신탁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사모펀드처럼 만들어서, 주식과 채권에 자산배분하는 거에 추가로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5~10% 가량 배분할 수 있게 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ETF와는 달리 자금력이 더 있는 기관 위주로 투자금을 유치하려 한다."

Q. 비트코인 연계 투자 상품이 갖는 이점은?

"기관들은 수익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품을 선호한다. 수십%씩 수익률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월 1%씩 배당을 받으며 10% 정도까지 손해를 보는 게 낫다는 식이다. 때문에 단순히 수익률만 보지 않고 위험조정수익(RAR)을 따진다. 퇴직 연금 등에 대한 투자 전략에 추천되는 방식이다.

대규모 자산에 대해 상당 부분은 배당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일부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배분해 지수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지급받는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런 상품이 나오기 어려웠는데 규제가 완화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블랙록, 피델리티 등 운용사들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Q. 네오스가 출시한 투자 상품들이 갖는 차별점은?

"웨이브릿지는 퀀트 기반 회사로서 데이터를 잘 다룬다는 강점이 있다. 옵션을 활용해 추가 수익률을 만드는 투자 전략을 잘 만드는 인력들이 모여 있다. 월 배당 상품을 구축할 수 있던 것도 그런 인적 역량을 토대로 가능했다. 월 배당 상품이 시장에 많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도 배당이 지급되는 투자 상품은 있다. 네오스 투자 상품은 섹터가 아닌, 지수에 투자함에도 매달 1%씩 배당을 받는 상품이란 게 특징이다. 연금, 퇴직금 같은 자금이 유입되기에 유리하다.

미국 제도권 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로 짜여진 투자 상품인 것도 차별점이다. 국내에선 과세 대상인데, 네오스 상품은 지수 기반의 '인덱스 옵션'이라는 파생 상품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다. 적법한 영역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투자 상품을 고안했다. 한국에선 이런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

지난 2014년 경에도 유사한 팀을 만든 적이 있다. 미래에셋이 인수한 자산운용사인 글로벌엑스다. QYLD란 상품으로 9조원 정도 자산을 운용했다. QYLD를 개발한 팀이 저희 인력으로 있다. 이번에 출시한 상품들이 그보다 옵션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Q. 현지 금융사에 비해 영세한 기업으로서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내 핀테크 업체들도 상품을 많이 출시했고, 실패했었다. 저희는 상품의 경쟁력에 강점이 있다. 금융은 신뢰 기반 사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반에 공격적인 수익을 내서 히트를 치면, 금방 고꾸라지기 쉽다. 왕도는 없다. 결국 인적 역량이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좌우한다. ETF를 운용하는 마켓 메이커들이 중요하다. 투자 수요 주체들에게 자금을 받아 6개월 정도 성과를 보여주면 시장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최소 1천억원 이상 투자금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고, 기관투자자나 보험사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Q. 크립토펀드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가입이 어렵다. 미국에서 달러로 투자하면 자금이 디지털자산으로 변환돼 거래소에 투자가 되는 식이다. 선물로 헷징을 하고 비트코인 옵션을 통해 큰 변동성을 지닌 상품에 대해 월 몇 퍼센트씩 배당을 해주는 전략으로 운용될 것 같다. 블랙록의 경우 달러 투자금을 넣으면 비트코인으로 바꿔두는 형식인데, 저희가 준비하는 펀드는 그 보다 더 진화한 형태다."

Q.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히 상당한데.

"이미 기관 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전세계 인구의 5%만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이 유입될수록 유동성이 커지고, 시장이 커진다. 펀더멘털이 불안정하다는 의견이 맞긴 하나 시장의 큰 방향성을 봐야 한다. 모두가 다 아는 재료로는 수익을 볼 기회가 없다. 새로운 투자 가능성으로 인식해야 한다. 

가능성은 커뮤니티에서 기인한다. 대체불가토큰(NFT),웹3 커뮤니티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자금 유입 방향이 결정될 거다. PDR(Price Dream Ratio)란 용어가 있다. 무형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를 더 쳐주는 경향이 작년, 제작년에 있었다. 커뮤니티같은 무형가치에 대해 밸류를 매기는 방식이 나왔다는 거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슈가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많아질 수록, 가상자산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가상의 시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다."

Q. 한국에선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나.

"기관투자자를 위해 디지털자산을 관리, 운용하고 위험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목표다. 다만 아직은 만들어도 규제가 완벽하지 않아 영업하긴 어렵다. 일단 데이터를 먼저 받아서 위험관리 볼 수 있는 대시보드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도  예비 인증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도 준비 중이다."

Q.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본질을 보는 게 중요하다. 시장이 확대될 것인지를 본다면, 아직 10~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보유한 사람 비중이 3~5%다. 코인 연계 기술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MZ세대가 이 시장을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끼고, 기존 대기업인 유통, 제조, 금융 회사들이 공략해야 할 집단이 이 세대다. 이런 회사들은 최근 NFT를 활용해 멤버십 제도를 출시하거나, 거래를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시장도 더 커질 거다. 개별 코인들의 시세가 오르고 떨어지고 하는 건 그 다음 얘기다. 

관련기사

가상자산 계좌가 급증한다는 건,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확률적으로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일종의 퀀트 기반 분석이다. 거래소들도 현재 난립해 있는데 제도가 완비되면 2~3년 후에는 더 많은 투자자가 진입할 거다. 한 업계 대기업이 코인, NFT에 투자하면 다른 경쟁 대기업이 안 할 수 있을까. 금융도 마찬가지다. 가상자산 투자 솔루션을 한 기업이 출시하면, 경쟁 회사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자산 시장과 그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을 떠나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대중들이 지켜봤으면 좋겠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시장을 관찰하지 않으면 글로벌 차원에서 뒤처지게 된다. 더 열린 자세로 시장에 투자한다면 성과를 얻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