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계열사를 재편하며 지주형 회사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비슷한 자회사를 합병하고 다른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는 연내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KT는 사업조직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11월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을 마친 뒤 구체적인 공모 일정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밀리의서재는 오는 25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약 1주일 정도 일정을 미루게 됐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른 일정 변경이며 일정이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면서 "증시부진으로 인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협력 강화하고 자회사 합병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후 꾸준히 지주형 회사 변경에 대한 의사를 비춰왔다. KT 계열사를 미디어, 금융, 고객서비스 등으로 나누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는 서로 묶고 있다. '디지코(DIGICO)' 방향성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KT는 금융 분야에서는 BC카드 아래에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KT IS 아래에 KT CS를 배치했다. 특히 미디어 계열사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재편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KT스튜디오지니를 신설했다. 당시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에 두고 다른 미디어 사업을 아우르는 제작비 회수 구조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토리위즈와 밀리의서재가 가진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 KT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스카이TV 등으로 유통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KT는 KT스튜디오지니 아래 스토리위즈와 지니뮤직, 밀리의서재를 자회사로 편성했다. 채널을 담당하는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는 다음달 1일을 기일로 합병한다. 이를 토대로 KT는 12개 채널을 가진 대형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로 거듭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도 티빙과 합병을 통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시즌과 티빙의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합병이 완료되면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KT서브마린도 LS전선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LS전선은 지난 11일 KT서브마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주식의 16%인 303만주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KT서브마린은 KT에 이어 KT서브마린의 2대 주주에 올랐다. KT는 LS전선과 손잡고 해저케이블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KT, 계열사 재편하려는 이유는
업계에서는 KT가 사업구조를 재편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계열사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약 5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핵심적으로 재편해 자체적으로 성장시키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일정 지분 이상 지배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지주형 회사 전환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식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할 것인지 답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며 조직을 간소화하고 신사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의 논리는 통신이 아닌 비통신 분야에서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아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부차적인 문제고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주주에게 더 큰 이익을 환원해줄 것인가 그 부분에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IPO 전망은
KT는 올해를 목표로 자회사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IPO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공모가 흥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리없이 상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증시 한파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밀리의서재는 신주 200만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1천500원에서 2만5천원으로 총 규모는 약 43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밀리의서재는 이익미실현 특례인 '테슬라 요건' 방식을 활용해 상장한다.
밀리의서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이 연평균 61% 증가했으나 광고비 등의 지출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매출액 21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KT그룹에 편입된 이후 매출 성장세와 구독자가 증가한 점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IPO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업계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IPO 대어로 불렸던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을 철회했으며 희망밴드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곳이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결산자료 감사를 마친 뒤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 폭락 등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사업의 유사성 등으로 인해 카카오뱅크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측정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만9천8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뒤, 한때 9만2천원까지 증시가 올랐다. 하지만 최근 고점 대비 82% 가량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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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밸류를 약 6조원에서 8조원 사이로 추산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최근 45조원에서 13조원으로 크게 감소하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도 3조원에서 4조원 사이로 감소했다. 이 정도의 밸류는 케이뱅크 주요 주주들의 기대치와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KT 경영진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케이뱅크를 상장해봐야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