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최대 애플리케이션(응용 분야)은 크립토커런시(암호화폐)입니다."
홍원기 포항공대(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겸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 공동센터장은 5일 포스코센터 서관 17층 이벤트홀에서 열린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전문가 과정 3기' 강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강좌는 포스텍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한 것으로 지난달 21일 개강했다.
홍 교수는 이날 '블록체인 이론과 애플리케이션(Blockchain Theory & applications)'을 주제로 강의했다.
"35년째 컴퓨터사이언스를 하고 있다. 계속해 새로운 게 나오니 재미있다.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이게 챌린지하다"고 운을 뗀 그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 현황과 전망을 들려줬다. Cryptocurrency는 '암호화'라는 뜻을 가진 'crypto'와 통화란 뜻을 가진 'currency'의 합성어로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등으로 불린다. 분산 장부(Distributed Ledger)에서 공개키 암호화로 안전하게 전송하고, 해시 함수를 이용해 소유권을 증명해 낼 수 있는 가상자산이자 디지털 자산이다.
최초의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다. 2008년 10월 31일에 공개된 논문 '비트코인: 순수한 개인 간 전자화폐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바탕으로 2009년 1월 3일 첫 블록체인 블록이 만들어졌다
1976년 고1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홍 교수는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CS)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워털루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이후 정보통신연구소장(2007.9~2010.02), 주임교수(2008.12~2010.02), 정보통신대학원장(2007.3~2012.2, 2015.11~ 2019.10), 정보전자공학부 학부장(2008.12~2012.2)을 거쳤다.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 정보통신표준화위원회 의장(2012.3~2014.2)과 한국지능통신기업협회장(2013.1~2014.2), SDN/NFV 포럼 운영위원장(2014.10~2019.4)을 역임했다. 2018년 6월 서울서 열린 'IEEE 블록체인 서밋 코리아'에서 의장(제너럴 체어)을 맡았고 현재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네트우크 매니지먼트( International Journal of Network Management)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업과 대기업 근무 경험도 있다. 미국 팔로알토에서 넷스테치(Netstech) 공동설립자 겸 CTO(2000.6~2002.2)로 근무했고 KT에서 CTO 겸 종합기술원 원장(부사장)으로 약 2년간(2012. 3~2014. 2) 일했다.
■ "블록체인은 분산컴퓨팅, 분산DB 기술"...비대칭 암호 등이 6대 핵심 기술
홍 교수는 블록체인이 기술 적으로 분산 컴퓨팅 기술, 분산 데이터베이스 기술, 차세대 인터넷 기술, 분산 원장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크립토커런시 등장에 대해 "기존 커런시(화폐)가 가진 문제 때문"이라며 "디지털 커런시 일종인 크립토커런시는 생산 비용이 안들고 돈을 전송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크립토커런시가 분권화를 취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의 주요 특징으로 ▲탈중앙화 관리 ▲거래 데이터 투명성과 순서대로 기록(Chronology)하는 것 ▲거래(트랜잭션) 데이터 불변성(immutability) 등 세가지를 꼽았다. 불변성은 한번 분산원장에 기록하면 수정과 고칠 수 없는 걸 말한다. 블록체인의 블록은 트랜잭션의 집합체로 한 블록에 여러개 트랜잭션이 들어가 있다. 또 블록들은 해쉬(hash, 데이터 무결성을 검증하는 함수)로 연결돼 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의 6대 핵심 기술로 ▲비대칭 암호 ▲해쉬 기능(펑션) ▲머클 트리(Merkle Trees) ▲P2P 커뮤니케이션 프로트콜 ▲키 밸류(Key Value) 데이터베이스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을 제시했다.
6가지 기술 중 작업 증명(PoW, Proof of Work)은 이중 지불(동일한 자금을 한 번 이상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으로 대부분의 주요 암호화폐는 PoW를 합의 알고리즘으로 사용한다. PoW에 대해 홍 교수는 "답을 찾은 노드(컴퓨터)가 위너가 되는 시스템"이라면서 "이 위너는 보상과 함께 새로운 블록을 형성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답을 찾은 노드가 새 블록을 형성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걸 '합의'했다는 의미에서 합의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채굴을 통해) 답을 찾은 노드가 나오면 전세계 블록들은 해시 펑션으로 위너가 맞는지를 찾아내고 답을 찾은 노드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다. 비트코인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새 블록이 평균 10분마다 한 개 씩 형성된다.
■"비트코인 평균 10분마다 새 블록 형성...보상으로 6.25개 비트 줘"
홍 교수는 "지금은 답을 찾은 노드에 보상으로 6.25개 비트코인을 준다"면서 "평균 10분마다 우리나라 돈으로 2억원이 넘는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라는 말은 아직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익명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발표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논문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어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제네시스블록)됐고 같은해 2월 11일 'Bitcoin Core v0.1'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암호화폐 원조인 비트코인도 한계는 있다. 홍 교수는 이를 세가지로 지적했다. 채굴에 따른 엄청난 자원 낭비와 블록이 평균 10분마다 형성됨에 따라 트랜잭션을 확인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여기에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없어 오직 결제 정보만 다룬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비트코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중 대표적인 게 이더리움(Ethereum)이다. 이더리움은 2015년 7월 30일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창안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이 플랫폼으로 만든 코인 이름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부테린은 러이사아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해 워털루대학에 입학, 1년 다니다 중퇴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비트코인은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즉 화폐로서의 기능에 집중한 반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나 결제뿐 아니라 계약서, SNS, 이메일, 전자투표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제공한다. 화폐 뿐 아니라 댑(dApp)이라 불리는 분산 애플리케이션(Decentralized application)을 누구나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했다.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트 사용 여부, 언어, 어카운트 등 세가지 면에서 달라"
홍 교수도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가장 큰 차이를 ▲스마트 컨트랙트 사용 여부 ▲사용 언어 ▲어카운트(계좌) 사용 요부 등 세 가지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트랜잭션 유효화를 위해 스크립트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더리움은 솔리디티(Solidity) 같은 '튜링 완전성(Turing Completeness)' 언어를 사용한다. 실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튜링 불완정성을 가스(Gas) 개념을 도입해 해결했는데 연산 작업마다 수수료인 '가스'를 부과한다. 또 비트코인은 어카운트(account, 계좌)를 지원하지 않는 UTXO기반 모델인 반면 이더리움은 어카운트 개념을 지원한다.
이외에 비트코인은 평균 매 10분마다 블록을 형성하는 반면 이더리움 매 15초마다 형성한다. 트랜잭션 처리 용량도 비트코인은 7TPS인 반면 이더리움은 이의 두 배인 15TPS, 노드 수는 올 9월말 현재 비트코인이 1만4738개인 반면 이더리움은 8743개다. 블록을 생성하는 알고리즘 합의도 다르다. 비트코인이 작업증명(PoW)인데 반해 이더리움은 올 9월 15일부터 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변경했다. 제너시스(첫) 블록은 비트코인이 2009년 3월 1일에, 이더리움은 2015년 7월 30일에 각각 만들었다. 블록 형성에 대한 보상은 비트코인이 6.25BTC를 주는 반면 이더리움은 2이더(2ETH)를 준다. 이외에 비트코인이 오는 2140년 2100만개만 형성하는데 반해 이더리움은 2128년 1억개다. 적용 영역(애플리케이션)도 비트코인이 주로 암호화폐인 반면 이더리움은 암호화폐를 포함해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더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이는 서면으로 이뤄지던 그동안의 계약을 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으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그 계약이 이행된다. 부탈린이 2013년 자신의 블로그에 ‘Ethereum: The Ultimate Smart Contract and Decentralized application Platform’라는 백서에서 처음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중요한 합의 알고리즘은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 위임지분증명(DPoS), 권한증명(PoA : Proof of Authority) 등 다양한 방삭이 있다. 이더리움은 최근 합의 알고리즘을 PoW에서 PoW로 변경했다. 홍 교수는 "PoS는 채굴자들이 계속 계산하는게 아니라 누가 얼마만큼 가졌냐, 누가 제일 오래 기다렸냐를 랜덤하게 결정하는 방식"이라면서 "빵빵한 컴퓨터가 덜 필요해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 첫 퍼블릭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제한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이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사용 또는 운영을 위한 허가 유무에 따라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과 비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less blockchain)이 있다.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 퍼블릭 블록체인인데 일반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지갑을 생성한 이후 사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리플, 이오스, 아이콘 같은 허가형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비허가형이 있다"면서 "프라이빗 플록체인은 하이퍼레저 패브릭, 루니버스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주식시장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 상장)처럼 블록체인에도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있다. ICO와 IEO, STO, IDO 등이 대표적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새로운 코인을 만들기 위해 코인 발행사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초기 개발 자금을 모집하고 그 대가로 코인을 지급하는 걸 말한다. IPO에서 따온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한때 유행했다. ICO를 하려면 암호화폐를 만든 동기, 목적, 운영 방식, 전망 등의 내용을 담은 백서(white paper)를 보통 발행한다.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는 중앙화 거래소인 CEX(Centralized Exchanges)가 코인을 대신 판매해 주는 방식이다. CEX는 프로젝트를 선별한 후 코인을 매수하거나 코인 발행사와 위탁 판매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의 플랫폼에서 코인을 팔고, 투자자는 거래소 계정을 통해 코인을 구매한다. 2018년 11월 해외에서 처음으로 IEO가 이뤄졌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토큰 발행사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한다. 주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사용자는 보유한 시큐리티 토큰 개수에 따라 토큰 발행사가 창출한 이윤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받거나 발행사의 경영권의 일부를 갖는다. 일반적인 ICO를 통해 발행한 토큰을 유틸리티 토큰 (Utility Token) 이라 부른다. 유틸리티 토큰을 가진 사용자는 토큰 발행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만 토큰 발행사에게 이윤에 대한 지분은 요구할 수 없다. 이에, 이렇다 할 서비스나 상품이 없으면 그 토큰의 가치는 사실상 없다.
홍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게 IDO(Initial DEX Offering)"라며 "올리기는 쉽지만 성공하려면 증명 문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IDO는 탈중앙화 거래소인 DEX(decentralized exchanges)에서 상장심사를 하고 코인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무분별한 상장이 문제인데 비용이 저렴하고 즉시 거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 "코인과 토큰 달라...코인은 자체 메인넷에서 발행"
홍 교수는 코인과 토큰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코인은 메인넷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로 자체 메인넷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인데 반해 토큰은 스마트컨트랙트에서 발행하며 자체 메인넷이 없고 다른 메인넷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사용처로 보험, 물류, 보석 산업과 미국 월마트 등을 예로 든 그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고 사기를 방지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작년에 파일럿을 했다"면서 "바하마,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등 공식적으로 3개 나라가 CBDC를 발행했고 80여국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인 CBDC는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진다. 기존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돼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새로운 금리체계 형성과 은행 예금 감소 등 통화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여서 각국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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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웹3.0의 핵심이 블록체인"이라면서 "금융, 교육, 연구 등에서 블록체인 PoC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이 68년도에 처음 나왔다. 지금은 인터넷 없으면 못산다"면서 "블록체인이 나온 지 12~13년 밖에 안됐다. 이제 초기다. 앞으로 10년, 20년후에는 더 많이 활성화되고 더 중요한 곳에 서 쓰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홍 교수의 블록체인과 크립토커런시 강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K-MOOC(K무크)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6주 과정으로 K무크에서 홍원기로 검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