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맛에도 트렌드가 있다?'...LG전자 '식품·물과학연구소' 가보니

광파오븐 '인공지능쿡' 등 주방 가전으로 더 맛있는 맛 연구

홈&모바일입력 :2022/10/10 11:00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의 스마트파크 R&D센터에는 식품과 물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연구소가 있다. 가전 기업인 LG전자가 식품과 물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오븐, 김치냉장고, 정수기 등에 활용되는 음식과 물의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한 연구"라는 설명을 들으니 연구소의 필요성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LG전자는 2018년 2월 정수기의 위생과 수질을 연구하는 '물과학연구소'를 오픈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보관·발효·조리 등 식품 관련 핵심기술들을 연구하는 '식품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일 물과학연구소와 식품과학연구소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LG전자가 음식을 조리하는 기술뿐 아니라 소비자가 맛있는 음식을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식품 회사들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또 연구원들이 워터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물맛 연구에 매진한다는 점에서 '맛에 진심'을 알 수 있었다.

* 스마트파크 R&D센터는 보안상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LG전자 측으로부터 사진을 제공받았다.

LG전자 디오스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 (사진=LG전자)

더 맛있는 요리·김치별 보관·숙성법 찾는 '식품과학연구소'

식품과학연구소는 R&D센터 5층에 위치한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이 곳에서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광파오븐, 전기레인지 등 LG전자의 주방가전을 활용해 식품을 가장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보관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김치를 더 맛있게 하는 유산균을 위한 '발효기술', 더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할 수 있는 '조리기술' 등 식품 관련 핵심기술들을 연구한다.

식품과학연구소는 ▲식품을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 및 콘텐츠를 개발하는 '요리개발실' ▲식품의 맛과 향 등을 평가하는 '감각과학실' ▲김치를 더욱 맛있게 해주는 유산균 등을 연구하는 '미생물실험실' ▲식품 성분이나 탈취 등을 연구하는 '식품분석실' ▲최적의 식품 보관 방법, 김치 숙성 알고리즘, 제균 기술 등을 다루는 '식품&김치개발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품과학연구소의 연구 인원은 총 14명(창원 10명, 가산 4명)이다. 그 중 요리개발실 연구원 5명은 식품위생물 전공자다. LG전자는 식품연구를 위해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서울대, 건국대 등의 국내 교수진과 농촌진흥청,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식품연구원 등 정부기관 및 연구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5개 기술자문단과 공동으로 차세대 식품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박상호 LG전자 식품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빌트인(매립형) 제품을 포함한 디오스 광파오븐 전 모델에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며 "광파오븐에서 시중에 출시된 간편식품을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식품제조업체들과 협업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내에서 총 10개 식품업체의 222개 제품에 인공지능쿡 기능을 지원하고, 해외에서도 네슬레 등 각 현지에 판매되는 간편식품에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쿡 누적 사용량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북미에서는 '스캔투쿡(scan to cook)'이란 이름으로 적용 중이다.

이 날 연구소에서는 CJ 비비고 왕교자 제품을 이용해 LG전자의 광파오븐에서 '인공지능쿡' 기능으로 조리한 음식과 전지렌지로 조리한 음식의 맛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공지능쿡' 기능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의 씽큐 앱으로 간편식 포장지의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는 법이 담긴 알고리즘이 오븐에 전송되고, 자동으로 조리가 시작된다. 오븐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별도의 설정 없이 자동으로 요리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만두 맛을 비교해 보니, 인공지능쿡으로 조리된 음식이 더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식감이 나서 더 맛있었다. 반면 전자레인지로 조리된 만두는 끝부분이 메말라 있었고, 바삭한 맛이 없었다.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냉장고 무드업의 '인공지능 맞춤보관'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그 다음 김치냉장고의 '인공지능 맞춤보관' 기능이 소개됐다. 이 기능은 LG 씽큐 앱으로 포장김치 바코드를 찍고 제조일자를 입력하면 최적의 온도와 시간으로 맛있게 익혀준다. 지원되는 김치 브랜드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대상 종가집, 풀무원 등 9종이다.

김재영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SE팀 책임연구원은 "김치냉장고는 김치를 맛있게 만들고, 일정한 맛으로 보관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인공지능 맞춤보관은 동일한 맛을 구현하게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 LG전자는 스팀, 에어수비드 등을 오븐에서 조리하는 알고리즘도 연구하고 있다. 에어수비드는 북미향 오븐에만 탑재된 기능이며, 향후 한국에서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식품과학연구소는 식물가전 '틔운'을 위한 씨앗 패키지도 연구한다. 현재 한 번 사용한 씨앗 패키지를 활용해 다시 꽃 피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

워터소믈리에 자격증 보유… 물의 맛과 향까지 연구하는 '물과학연구소'

R&D센터 5층 식품과학연구소 건너편에 있는 '물과학연구소'로 이동했다. 이 곳은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인정받은 국가공인 수질시험기관이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물 연구를 시작했다. 물과학연구소는 지난 2018년 영국 환경식품농림부(DEFRA)가 주관하는 '식품분석숙련도평가(FAPAS)'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분석능력을 인정받아, 같은해 2월 공식 연구소로 세워졌다. 현재 물과학연구소 연구원 인력은 총 15명(창원 10명, 가산 5명)이다.

LG전자 연구원이 음성만으로 출수량을 정밀하게 설정하고 물을 받을 수 있는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물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대다수 갖췄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워터소믈리에는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처럼 미각, 후각 등을 통해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전문가다.

이병기 물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LG 퓨리케어 정수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연구한다"며 "여기에는 물 속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필터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수기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물과 관련된 가전 제품을 연구한다. 더불어 국내외 수돗물, 지하수 등 시료 수질 분석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질분석실에 들어서자 수백여 개의 물 관련 샘플이 빼곡하게 모여있었다. 이곳은 LG 퓨리케어 정수기의 실사용자(소비자) 제품으로부터 출수된 물을 분석해 그 결과를 KOLAS 시험성적서로 발행하는 일을 한다. 올해만 지난 달까지 발행된 KOLAS 시험성적서는 6천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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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연구원(워터소믈리에)이 물성분 분석을 위한 전문장비 ICP-MS(이온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를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기기분석실에는 연구원들이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전문장비 ICP-MS(이온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 미네랄은 분석하는 ICP-OES 장비 등을 활용해 수질을 0.001ppm(parts per million, 100만 분의1) 단위까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 수치는 전세계 60억 인구 중에 6명을 뽑는 수준이다.

김현동 식품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물 맛에도 트렌드가 있다"라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생수는 에비앙인데, 이 물은 미네랄이 많은 편이고, 국내 생수 브랜드 삼다수는 규소가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조합해야 맛있는 물이 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