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윤석열차’ 이슈에 "朴 정권 블랙리스트 악몽 우려"

박보균 문체부장관 향해 사과·재발 방지 약속 요구

인터넷입력 :2022/10/07 15:59    수정: 2022/10/07 16:04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 문체부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만화계 주요 협단체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문화체육관광부에 표현의 자유 보장과 사과를 촉구했다.

우리만화연대 웹툰협회 한국카툰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출판만화가협회 한국만화웹툰학회 지역만화웹툰협단체 대표자 모임(이하 만화 단체)은 7일 문체부가 만화 웹툰 창작자에 대한 사상검열과 차별을 중단할 것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

카툰 '윤석열차'의 원작자로 알려진 영국 만평작가 스티브 브라이트는 7일 ”학생 작품은 절대 표절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로 칭찬받을 훌륭한 작품이다”는 견해를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에 보내왔다. (라시드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문체부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나,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이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면서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슈가 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카툰은 제26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고등학생 작품으로,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풍자적으로 표현됐다. 또 조정석 위치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타고 있으며, 나머지 좌석에는 검사복을 입은 승객들이 칼을 들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일부 언론과 정부 등에서는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며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했다. 또 일각에서는 표절이라며 수상 자격과 심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만화 단체는 정부의 입장이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가로막고 짓밟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 행위이자 헌법에 보장된 자유와 평등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헌법 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모든 국민이 누려야할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평등은 보편적인 인권규범이자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윤석열차는 출품자 자신이 보고 느끼고 판단한 내용을 카툰에 담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문체부와 일부 언론은 마치 공모전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가 개입한 결과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체부가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는 뜻에 “이런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표절 의혹 원작자 "절대 표절 아니다" 

만화 단체는 만화의 기본 속성은 ‘풍자와 재미’가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관심 있고, 국민적 이슈가 된 문제를 다루는 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풍자 역시 기본적인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문체부와 일부 언론이 공모전 입상 학생의 실명과 학교명을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화 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화, 웹툰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예술계와 함께 힘을 모아 싸워나갈 것”이라며 “창작자들의 사상을 검열하고 차별해 예술인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모든 감시와 규제를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만화 단체는 사상검열과 차별을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개인정보가 공개된 해당 학생에게 공식 사과할 것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가해진 부당 압력 중단을 촉구했다. 나아가 박보균 문체부장관이 만화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표절 의혹의 원작자로 꼽히는 영국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가 윤석열차에 대해 “절대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관련기사

그는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은 어떤 식으로도 내 작품을 표절하지 않았다”며 “작품 안에 나타난 어떤 유사점이라도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가 담긴게 아니었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연의 일치로 발생하는 유사점은 만화계에서 항상 일어난다”면서 “내 관점으로 그 학생은 잘못한 게 전혀 없으며 그의 펜과 붓을 사용하는 실력은 칭찬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