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탓 무역적자…산유국서 원전·건설 기회 찾자"

무협, 해외지부 긴급 대책 회의

디지털경제입력 :2022/10/07 10:54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인한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한국 기업이 원자력 발전이나 건설 현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7억7천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6개월째 적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1년 전보다 80억 달러 넘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는 6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주요 시장 상황과 무역적자 해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1개 해외지부와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일본 도쿄, 미국 뉴욕·워싱턴, 벨기에 브뤼셀, 중국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베트남 호치민, 인도 뉴델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지부가 참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에너지 부문에서 한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산유국에 흑자가 확대된다는 뜻”이라며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산유국이 원전이나 재생 에너지 기반을 구축하는 데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제2의 중동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창회 UAE 두바이 지부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시티 같은 대규모 건설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며 “건설·플랜트·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강한 한국 기업에 큰 호재”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중동은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따라 현지 법인이 없는 외국 기업 입찰을 제한하고 자국민 우선 고용을 의무로 한다”며 “중동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원 베트남 호치민 지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지난해 2.9%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한 베트남은 올해도 7%대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한국은 올해 1천억 달러 이상의 역대 최대 교역과 2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낼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 반면 가격은 저렴하다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박형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비자 발급이 미뤄지고 수입 허가 절차가 복잡하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의체를 활용해 한국 기업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인도 뉴델리 지부장은 “인도는 인구 경쟁에서 이미 중국을 추월한 데다 미·중 분쟁과 공급망 위기 여파로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다”며 “평균 나이 28세(중국 38세), 노동가능인구 5억명의 젊은 인도에 한국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 진출 기업은 인도 세관 신속 통관을 위한 은행지급 보증 환급 지연으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국 제품을 판매하려고 외국 제품 인증을 일부러 미루지 않도록 한국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빛나 유럽연합(EU) 브뤼셀 지부장은 “새로운 환경 규제가 생기고 의료기기 신규 인증이 시행되는 등 통상 규제가 강해졌다”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비슷한 규제법안 가능성을 살펴보고 미리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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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미국 뉴욕 지부장은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 올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사상 처음 1천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라며 “한국 기업 34개사가 창출한 일자리는 약 3만5천개로 국가별 기여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보면 “IRA로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차별하는 게 부당하다”며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법안은 빠르게 의회를 통과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강표 일본 도쿄 지부장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올해 초보다 26% 가까이 절하되면서 일본 수입업체의 대금 지급 부담이 늘었다”면서 “외환 거래에서 신용으로 대표되는 일본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일본과 거래할 때 환변동 보험 가입을 포함한 환헷지를 강화하는 한편 신규는 물론 기존 거래선 신용도 역시 조사해야 한다”며 “현지 물류 시설을 활용한 운송비 절감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