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공공 오피스 시장도 '구독형' 전환 성공할까

민간 보급 이후 과제…SaaS 효용 강력히 증명해야

컴퓨팅입력 :2022/10/07 09:59    수정: 2022/10/07 10:10

오피스 소프트웨어(SW) 기업인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사업의 무게주심을 전환하기로 선언하면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설치형 SW로 공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컴이 SaaS 쪽에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한컴은 지난달 28일 구독형 오피스 서비스 '한컴독스'를 출시하면서 SaaS 사업에 속도를 냈다. 

SaaS는 특정 버전의 SW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대신 사용량 만큼 결제한다. 사용자 수와 기간에 따라 지출 비용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SaaS는 라이선스 판매량에 따라 변동이 큰 설치형 SW에 비해 매출 안정성이 큰 편이다. 

한컴을 비롯한 SW 기업들이 SaaS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것은 이런 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SaaS는 유연한 지출 방식 외 간편한 사용, 신속한 기술지원 등이 이점이다. 다만 장기간 꾸준히 사용할 경우 총 지출 비용이 영구 라이선스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주저 요인이다.이런 부분이 공공기관의 SaaS로 전환을 유도하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한컴이 공공시장에서 SaaS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후순위 과제로 꼽은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합리적 비용보다는 SaaS가 가져다줄 수 있는 효용이 분명해야 공공 시장에서도 SaaS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aaS 제품이 이제 막 출시된 만큼, 당분간은 제품 성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한컴의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 사옥

■당분간 SaaS+영구 라이선스 병행 공급…"민간 먼저, 공공은 아직 먼 얘기"

한컴독스를 출시함에 따라 한컴의 오피스 SW 제공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회사 공식 웹사이트에선 B2B 시장을 대상으로 한컴독스를 공급하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에는 '한컴오피스' 영구 라이선스를 판매하게 된다. 일단 한컴오피스에 대한 버전 업데이트도 이전처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용자들이 단번에 SaaS로 갈아타도록 안내하기보다는, 단계적인 전환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한컴독스 출시 초기에는 SW의 안정성과 편의 등 제품 고도화에 집중한다. 고도화된 제품이 민간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 민간 보급 사례를 토대로 공공 시장에도 한컴독스 사용을 검토하도록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 '한컴독스' 출시(이미지=한글과컴퓨터)

한컴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사용하려는 오피스 SW에 대한 요구사항을 공고로 고지하게 되고, 사업자로선 기관이 발표하는 수요에 맞게 SW를 제공하게 된다"며 "SaaS 채택 여부의 키를 공공기관이 쥐고 있기 때문에, 향후 오피스 SaaS가 좋다고 판단하는 공공기관이 나타나면 그런 판단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시장에 SaaS를 공급하려면 조달청 나라장터에 제품을 등록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요건이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이다. 한컴은 한컴독스의 CSAP 취득 계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수요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는 상황에 맞춰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즉 현재로선 CSAP 인증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

■"SaaS, 뭐가 좋아지나…" 체감 가능한 편의 생겨야

회사 전략을 감안하면 공공 시장에서 한컴독스를 성공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에서 성공적인 공급 사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오피스 SaaS의 이점을 얼마나 잘 어필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SaaS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기업 사례들을 살펴보면 SW 도입 및 관리 상의 편의, 신속한 기술지원 등이 주무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SW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안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엔 그런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기업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사용자는 SW가 탑재되는 하드웨어 구매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들면서 시간, 비용 양측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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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SaaS를 공급 중인 SW 업체 관계자는 "SaaS는 인터넷 연결이 돼 있기만 하면 SW 설치 등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공공 시장에도 그런 부분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독스의 흥행 여부에 대해선 내년께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컴 관계자는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 출시 후 4개월 이상으로 잡혀 있다"며 "사용자들의 유료 전환 여부,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시간 등에 대해 내년쯤 제대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