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체류 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지난 4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측 최고경영진과 르네 하스 영국 ARM CEO 등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는 지난 9월 말부터 부상한 ARM 인수 관련 안건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ARM 아키텍처 기반 SoC '엑시노스'(Exynos) 관련 협업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ARM 인수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측은 지난달 22일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ARM의 전략적 제휴 관련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지난 2월 각국 경쟁 당국과 반도체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ARM 매각을 철회한 이후 2022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2023년) 3월 말까지 ARM 상장을 통해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선호하는 반면 ARM 소재지인 영국정부는 런던증권거래소(LSE)에도 동시 상장을 요구하는 등 양측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 9월 하순 해외출장 후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10월) 손 회장이 서울에 오셔서 우선 제안을 하실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 1일 오후 3시경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현재 삼성전자의 ARM 인수 방식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한 ARM 지분 매입이다. 반도체 업계의 반발과 각국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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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3월 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 업체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박정호 부회장도 만나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RM의 지분율은 일본 소프트뱅크 75%, 소프트뱅크 그룹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25%로 구성됐다. 실제로 비전펀드는 최근 엔·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엔화 절하로로 큰 손실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부 지분을 인수해 손 회장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도 있다. 단 인수하는 지분 비율이 클 경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