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느 산업이나 직무, 기업과 기관을 막론하고 전사 임직원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과 조직이 디지털 전환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조직마다 다양하겠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실패의 원인은 디지털 전환에서 ‘전환’보다 '디지털'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말을 쉽게 풀어보면 크게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결국 디지털이라는 수단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결국 무엇을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다루는 '전환'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기업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정작 디지털 전환의 진정한 의의와 동떨어진 형태를 취한 것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어서 선도적인 무언가를 구축하면 조직원이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모 금융회사에 디지털 혁신 태스크포스(Task Force) 담당자 만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이 회사는 사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고, 약 1년 여간의 장황한 전략과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순식간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중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실제로 해당 TF는 소기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기한내 달성하였지만 임시로 편성된 조직이다보니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다시 각자의 실무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이 TF가 만들어둔 모든 데이터를 총괄하는 모니터링 대시보드는 아무도 제대로 활용하거나 관리하려하지 않아 방치되었다. 결국 이 조직은 TF로 구축해둔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전담교육TF를 다시 꾸려서 왜 이 시스템을 활용해야하고 이것이 필요한지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홍보와 교육활동을 추가로 진행해야 했다.
또 다른 사례는 AI나 코딩,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을 교육시키면 직원들이 성장해서 따라와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내가 아는 모 캐피탈 업체는 전사 임직원의 코딩 교육을 도입했다. 각 분야와 전국에서 차출된 임직원들을 모아두고 파이썬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이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유는 실무에서 쓰이는 기술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었기도 하고 왜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 배워서 당장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을 배우는 담당자들 대부분이 비전공자거나 코딩 같은 프로그래밍을 쓴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도 불평과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앞선 두 가지 사례에서 배워야할 점은 무조건적인 따라하기 방식이나 단편적인 시도, 단순한 코딩 교육만으로는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조직이라면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는 디지털 전환은 일방향적이고 단편적인 전담 부서(별동대)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행동이나 프로젝트가 아닌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조직 전체의 DNA를 디지털 기반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조직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크게 3단계 전환이 필요하다.
첫번째는 프로세스 전환이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프로세스란 조직에서 업무를 위해 처리하는 모든 체계와 방법을 포함한다. 이를 테면 소통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환경, 또는 처리방식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리더십이다.
두번째는 일하는 방식이다. 프로세스가 바뀌면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프로세스가 체계를 만들고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는데 방점을 둔다면, 일하는 방식은 보다 사람 중심적으로 마인드를 바꾸고 커뮤니케이션을 바꿔가는 과정을 말한다. 일하는 방식이 안정화되고 자리를 잡게 되면 문화가 바뀐다.
마지막 세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다. 프로세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문화가 바뀌어야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마인드가 변화하고 궁극적으로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이 디지털 DNA 관점으로 변화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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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일반적인 코딩 교육, 기술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그리고 가장 익숙한 것부터 시도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업무 생산성을 혁혁하게 개선할 도구나 코딩을 배우기 전에 조직의 디지털 전환 마인드셋이 먼저다. 진입장벽이 높은 새로운 언어나 기술보다 쉽고 익숙한 툴로 데이터 리터러시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거창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보다 이것을 직원들이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게 만드는 데이터에 대한 호기심을 먼저 심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러한 기업을 위한 디지털전환 또는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교육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 시대를 맞이한 모든 산업과 조직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문제이나, 애초에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서도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물어보고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우리 조직, 우리 회사는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