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기술산책] UAM, 하늘길에서 미래를 찾다

전문가 칼럼입력 :2022/10/04 16:20

조일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

SF영화를 보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이따금 볼 수 있다. 1982년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러너, 1985년 영화 백투더퓨쳐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97년 영화 제5원소에서는 미래 도심하늘에서 에어택시가 줄지어 빌딩 사이를 날고 있는 모습이 다소 낯설었는데, 2013년 영화 오블리비언과 최근 영화 탑건2-매버릭에서 수직이착륙기 무인기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과거 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어 하늘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UAM(Urban Air Mobility)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와 삶의 반경이 확대

UAM은 도심의 하늘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는 교통정체 없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출퇴근길 꽉 막히는 교통정체는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다. UAM은 하늘을 통해 이동하는 만큼 교통체증이 심화하는 대도시에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이동방식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출퇴근 이동시간 40분 기준으로 자동차 시대에는 도심반경이 20km이었지만, UAM 시대에는 도심반경이 150km로 확대되어 지금의 이동거리 개념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UAM 운임도 상용화 초기에는 1km당 3600원~4800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성능향상과 비용절감으로 헬리콥터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30년 이후 자율비행 기술이 적용되면 요금이 크게 낮아져 대중화가 시작될 것이다. 이동거리 문제로 도심에 비싼 주택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등 UAM은 우리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교통수단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빠르게 실현되는 UAM

초기 플라잉카는 도로주행과 공중비행이 모두 가능했지만 내연기관과 엔진을 사용해 공해를 유발하고 소음이 컸다. 대부분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나 별도 공간도 필요했다. 최근에는 드론과 항공기가 결합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가 전통적인 플라잉카의 단점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eVTOL은 전기를 추진동력으로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또 소음도 헬기의 20% 수준으로 적다. 건물옥상 등 도심 내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또한, 장애물이 많지 않은 공중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원격조정이나 자율비행 기술 적용도 한층 용이하다.

최근 AI, 에너지저장, 반도체, 통신 기술의 발전과 충돌회피, 자율비행 등 첨단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대전환 기반기술로 다양한 산업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이 항공 산업과 융합되어 UAM 산업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5~2027년에 처음 상용서비스가 시작되고 2028~2030년쯤 수익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는 2030년대에는 자율비행 UAM을 타고 빌딩숲 사이를 비행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실현될 수 있다.

산업생태계 형성으로 시장 급성장 전망

UAM은 기체뿐만 아니라 운송서비스, 자율주행, 배터리, 신소재, ICT, 국방 등을 아우르는 산업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도시의 지상과 공중이 연계된 모빌리티 혁명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관련 전후방 제조 및 서비스 산업에도 연쇄적인 혁신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로스트&설리번은 2040년 전 세계에서 약 43만 대의 UAM이 운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2020년 70억 달러에서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해 2040년에는 최대 약 1조 5000억 달러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UAM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관역량 결집으로 UAM 혁신 선도 필요

UAM이 빠르게 현실화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급격한 혁신이 있다. 전기모터 발전은 항공기와 헬기의 복잡한 동력장치와 항공엔진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또한 4인용 기체를 띄울 만큼 고효율의 배터리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기체를 더욱 가볍게 해줄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될 것이며, 소음이 적고 안전성을 높여줄 분산전기추진기술도 UAM에 적용될 것이다.

이런 기술혁신은 UAM 운영전반의 비용절감 문제를 상당부문 해결해줄 것이다. 자율비행 기술 도입으로 조종사 인건비가 절감되면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 확보도 기대된다. 다가오는 UAM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UAM 상용화와 확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업체 단독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융합 신산업 특성상 일부 기술과 산업만으로는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 자율주행과 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항공, 자동차 산업과 융합해야 하며 기체, 인프라, 서비스, 통신, 플랫폼, 운영관리, 보험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하나로 엮어야 한다. 관련 법·제도도 정비해야 하고 안전기준 및 표준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의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다행히 UAM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최강자가 없는 시장이고 대부분 업체들이 기술개발 및 시제품 출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민간이 역량을 결집한다면 UAM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혁명에 우리나라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일구 IITP 수석

[IITP 기술산책]은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원들이 부정기적으로 쓰는 컬럼입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U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