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응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수출 타격에 이어 내연차 연비규제 과징금 4조8천억원과 온실가스 배출규제 과징금을 포함해 수조원대의 과징금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배터리 광물과 부품이 북미산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북미에서 최종조립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 그동안 지급됐던 1대당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보조금)를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세액공제 배제로 인한 전기차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으나, 내연차 수출에도 큰 타격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1975년부터 소형 자동차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평균연비제도(CAFE)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연비가 기업평균연비보다 작을 경우 단위 연비(mile/gal)당 150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내연차 자체로는 연비가 기준보다 높아 과징금 대상이지만, 환산 연비가 좋은 전기차가 기업평균연비를 상쇄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IRA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가가 1천만원 정도 높아져 9월 한 달 동안 30% 판매 감소를 보였다. 내년부터는 평균연비를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이원영 의원실은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의 모델별 연비와 기준연비의 격차와 판매량을 비교·분석했다.현대기아차는 올해 1~7월 팰리세이드 등 내연차 15종 24만대, 투싼 등 하이브리드 8종 6만 대 등 모두 약 30만대를 판매했다.
판매 자동차의 가중평균 연비는 34.0 mile/gal(≒14.5 km/ℓ)으로 2023년 평균연비기준 37 mile/gal(≒15.7 km/ℓ) , 2024년 49 mile/gal(≒20.8 km/ℓ)에 못 미쳤다. 2024년 14.3 mile/gal(≒6.1 km/ℓ) 만큼의 격차가 예상된다.
1 mile/gal 당 150달러의 과징금이 책정돼 있는데, 현대기아차가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할 과징금은 2023년에 1억7천601만달러(2천536억원), 2024년 11억18만달러(1조5천854억원)을 합쳐 2년간 12억7천619만달러(1조 8390억원)로 분석됐다. 자동차 1대꼴로 1천243달러(179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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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35만대 이외에 미국 현지에서도 48만대를 생산해 북미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내연차인데, 국내 생산분 과징금과 단순비교하면 2조9천556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생산과 현지 생산 전체로 보면 과징금이 2년간 4조7천946억원에 이른다.
자동차업체가 내야 하는 평균연비 과징금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따른 과징금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청정대기법(CAA)에 따라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1대당 3만7천500달러(5천400만원)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온실가스 과징금까지 포함하면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