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심리 급락…소비절벽, 코로나 초기보다 심해

컨슈머인사이트, 올해 2분기 정점 찍은 소비지출 의향 3분기 급속 하락

유통입력 :2022/09/30 06:14

상승세를 타던 소비지출 심리가 급락해 코로나19 발생 직후보다 더한 소비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업 컨슈머인사이트는 그간 빠르게 회복되던 여행·문화·오락·취미·외식 등 비필수적 지출은 물론 의류·내구재 구입 의향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어 2차 소비지출 빙하기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체크리스트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보다 8.4% 상승,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계산한 값이다. 2022.09.05. livertrent@newsis.com

컨슈머인사이트는 2019년에 시작한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매주 1천명)’에서 지난 6개월과 비교해 앞으로 6개월간 각 부문 소비지출 규모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수가 70~80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작으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을 뜻한다.

조사에서 제시한 소비지출 부문은 ▲주거비 ▲의료·보건비 ▲교통·통신비 ▲교육비 ▲의류비 ▲내구재 구입비 ▲외식비 ▲문화·오락·취미비 ▲여행비 등 총 9개 항목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 가운데 수요 탄력성이 낮아 분기별 소비지출 의향 변동 폭이 작은 ▲주거비 ▲의료·보건비 ▲교통·통신비 ▲교육비를 제외한 5개 항목을 비교했다.

2019년 이후 소비지출 심리는 코로나 영향을 받아 크게 U자형 곡선을 그렸다. 2020년 바닥을 찍고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긴 했으나 지난 2분기에는 코로나 이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5개 소비지출 항목 추이는 코로나 국내 발생 전인 2019년에도 80포인트대로 부진해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2020년 코로나가 본격화하자 일제히 70포인트대로 떨어지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특히 여행지출 심리는 5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2021년 백신 보급 이후 코로나 극복 기대감이 커지며 대부분 80포인트를 회복했고 올해 2분기에는 거리두기 해제, 새 정부 출범 기대감 등으로 90포인트대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여전히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수 80을 긍·부정률로 예시하면 감소 전망이 45%, 중립이 35% 정도였다. 나머지 20%만 증가를 전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비필수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덜 먹고 안 입고 안 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3분기(8월까지)부터다. 여행비 지출의향이 한 분기만에 18포인트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항목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물가 급등, 금리 인상,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며 80포인트 초반대로 하락했다.

3분기 기준 항목별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외식비 84, 의류비와 문화·오락·취미비 각각 81, 여행비 80이었으며 내구재 구입비는 73까지 떨어졌다.

가장 극적인 등락을 보인 소비지출 부문은 여행이다. 모든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지수인 54포인트까지 하락(2020년 2분기)했다가 올해 2분기에는 ‘나홀로 100’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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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재 소비심리는 코로나 전부터 70포인트대로 목돈 지출을 억제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이후 여행을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번 2차 하락 때 다시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U자형 회복인 줄 알았던 소비지출 심리가 W자형 하락의 두 번째 롤러코스터를 탄 모양새다”라며 “1차 바닥 요인이 코로나였다면 이번 2차 하락 이유는 세계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인 데다 지출의향 하락 속도와 낙폭이 어느 때보다도 커 상승 반전이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