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도전에 직면했지만 옳은 길로 가고 있다"

[인터뷰] 실로미트 바이스 인텔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수석부사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29 14:35    수정: 2022/09/29 14:37

"인텔은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근본 원인 해소, 개선책 등을 논의하려면 이런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하며, 인텔은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텔은 성능 우위에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실로미트 바이스(Shlomit Weiss) 인텔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수석부사장)이 인텔의 현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실로미트 바이스 인텔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 (사진=지디넷코리아)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은 1989년 인텔에 입사해 각종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다. 2017년부터 멜라녹스(엔비디아에 인수)에서 네트워킹 칩 설계를 담당하는 1천명 내외 규모 팀을 이끌다가 지난 해 7월 인텔로 돌아왔다.

이후 이달 초 PC·워크스테이션·서버 등 인텔 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하는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로 승진했다.

이날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은 "팻 겔싱어 CEO가 말한 것처럼 우수한 제품은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 만들 제품을 통해 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실로미트 바이스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과 일문일답.

Q. 먼저 승진을 축하한다. 인텔에 재직하던 2017년 이전과 멜라녹스 이적을 거쳐 지난 해 복귀한 이후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모든 것에는 항상 변화가 있기 마련이고 인텔은 항상 혁신을 추구해 왔다. 팻 겔싱어 CEO가 복귀한 이후 새로운 전략과 문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반면 경영의 합리화와 평등, 과감한 선택으로 잘 알려진 고 앤디 그로브(Andy S Grove) 전 CEO의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낀다."

2015년 6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 당시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 (사진=인텔)

Q. 멜라녹스(2019년 엔비디아 피인수)에서 인텔로 돌아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승진에 따라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팻(겔싱어)이 복귀한 후 먼저 메일을 보내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후 팻 겔싱어 CEO와 핵심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인텔의 새로운 전략인 IDM 2.0은 물론 전 인류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떻게 일할 것인지, 그리고 인텔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 그의 향후 계획과 그가 주도할 문화도 좋아한다. 이런 두 가지 점 때문에 인텔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확신해 돌아왔다."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을 시종 일관 강조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Q.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을 크게 강조했다. 그러나 캐시 메모리 증가 이외에 극적인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성능을 강조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싱글 스레드(1코어)와 다중작업 모두 전 세대 대비 두 자릿수 성능 향상이 있었다. 1년만에 이런 큰 성과를 이뤄낸 것은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도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두 부문이 긴밀하게 협력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Q. 퀄컴 등 일부 회사는 'E코어를 늘리는 것이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이브리드 구조를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작업과 응용프로그램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E코어는 여러 코어를 동시에 동원해야 하는 병렬 작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연산 성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구조는 좋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계속 개선할 것이다. 또 하드웨어 성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운영체제 등 최적화를 위해 협업도 지속할 것이다."

향후 설계 엔지니어링 그룹 운영 원칙을 설명하는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 (사진=지디넷코리아)

Q. 제품 출시 이전 검증 작업이 지연되어 사파이어래피즈 등 차세대 서버 프로세서는 물론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등 다양한 제품의 출시가 지연된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12일 '출시 일정과 품질의 조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관련기사 참조).

"어제(12일) 이야기한 내용의 반복이지만, 우선 순위를 품질에 두다 보면 한이 없고, 시장 출시 일정이 늦어진다. 그렇다고 검증을 소홀히 하면 제품 품질이 떨어지며 고객사도 이런 문제를 반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제품 출시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품질과 일정의 정확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제품 개발 단계부터 복잡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한 번에 얼마나 자원을 투입할지, 그리고 검증에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은 틱톡 전략을 통해 예측 가능한 제품 출시 주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Q. 첫 해에는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고, 이듬해에는 공정을 개선한 제품을 투입하는 틱톡(Tick-Tock) 전략이 2015년 이후 정체 상태다. 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인텔이 과거에 문제를 겪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 문제가 주기적인 제품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인텔이 틱톡 전략을 적용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경쟁이 치열하고 출시 제품 분야도 훨씬 다양해졌다.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틱톡 모델을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환경에 맞게 수정하고 있다. 틱톡 전략의 핵심은 생산 공정과 제품, 출시 시기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생산 공정과 제품의 큰 변화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주기적인 제품 출시, 고객사에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제공할 것이다."

실로미트 바이스 총괄은 ”향후 설계하는 각종 타일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적정한 공정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Q. 팻 겔싱어는 IDM 2.0 전략을 통해 핵심 제품은 자체 생산, 일부 제품은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SMC 이외에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나.

"타일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적정한 공정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출력(I/O) 타일은 고전압이 필요하며 컴퓨트 타일(CPU)은 고주파수·저전력이 특성이다. 설계 특성에 맞는 생산 공정을 선택한 다음 필요에 따라 자체 생산이나 외부 위탁 생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Q. 지난 6월 ISC(국제 슈퍼컴퓨터 컨퍼런스) 2022에서 공개한 프로세서 컨셉 '팰콘 쇼어 XPU'가 흥미롭다. 당시 인텔은 "x86 코어, 혹은 x86 코어와 Xe 그래픽칩셋, 또는 Xe 코어 등 다양한 형태로 조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AMD 역시 CPU와 GPU를 한 칩에 결합한 커스텀 프로세서를 생산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콘솔 게임기를 생산하는 고객사에 공급한다. 인텔 역시 아크 GPU와 컴퓨트 타일, 메모리 통합 등을 통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인텔은 CPU와 GPU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팰콘 쇼어 XPU를 2024년 이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인텔)

"우리는 고객사를 위해 개발하고 시도해야 할 새로운 해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최적의 해법인지를 찾기 위해 아키텍처를 개선할 방법을 항상 연구한다. 내가 말하는 '아키텍처'는 여러 요소를 포함한다. 메모리나 캐시(Cache), 프로세서 내부나 그래픽 등 모든 것이 검토 대상이며 제품 개발시부터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적절한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있다."

Q. 전임 CEO인 브라니언 크르자니치 재임 당시 인텔 내부의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많이 빠져나갔다. 한국도 엔지니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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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이스라엘 등 각국 반도체 업계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이 있다는 것은 혁신할 기회, 창의적인 해법을 찾을 기회가 늘어난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인력 이동이 자연히 일어난다."

"인텔은 혁신에 도전하고 큰 기회가 오면 기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 그리고 인텔은 기회가 많은 회사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반도체 생산 시설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는 회사는 정말 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