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1심 소송에서 완패했던 에픽게임즈가 항소심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까?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앱스토어 소송 항소심이 오는 10월 2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연방순회법원에서 시작된다.
지난 해 9월 1심 소송에선 애플이 완승했다. 애플은 쟁점 10개 중 9개에서 승리했다. 특히 애플은 1심 재판부로부터 “앱스토어 독점사업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받아내면서 사실상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애플이 ‘앱스토어 독점 사업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던 건 시장 획정 논리 싸움에서 승리한 덕분이다. 특히 에픽이 들고 나온 '전방시장(iOS)'과 후방시장(앱스토어/인앱결제 서비스)' 논리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접근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전방시장 iOS는 경쟁 상태…후방시장 앱스토어는 독점"
애플은 에픽과의 공방은 ‘디지털 게임 거래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디지털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가 아닌만큼 독점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을 주관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그는 두 회사 공방이 '디지털 모바일 게임 거래' 시장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규정했다.
애플 입장에선 자신들의 주장보다는 범위가 좁아지긴 했지만 독점 기업이란 오명을 피하기엔 충분했다.
반면 에픽은 두 회사 공방을 전방시장과 후방시장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전방시장, 앱스토어를 후방시장으로 규정했다. 핵심 쟁점인 인앱결제는 앱스토어에서 파생된 또 다른 후방 시장이라는 것이 에픽의 주장이었다.
스마트폰 OS는 경쟁 시장이다. 실제로 애플 iOS보다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훨씬 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앱스토어는 독점 시장이라는 것이 에픽의 주장이다. 전방 시장인 아이폰이나 iOS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일단 이 제품을 구매할 경우 애플 생태계에 고착(lock-in) 되어 버리기 때문에 독점 논리가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토대로 에픽은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를 ‘단일 브랜드 시장’으로 규정했다.
■ 1심에선 전방시장 논리 기각…법무부 등 반대의견도 많아
로저스 판사는 ‘전방시장’과 ‘후방시장’으로 구분한 에픽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독립적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는 iOS를 시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저스 판사의 이 같은 결론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 법무부 역시 법정조언자 의견을 통해 이 부분의 오류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언 뮐러는 좀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로저스 판사는 에픽이 iOS까지 독점 시장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면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판결을 꼼꼼하게 검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저스 판사의 판결을 뒤집을 것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로저스 판사는 iOS에 대한 논리를 인앱결제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항소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재판부가 전방 시장-후방시장으로 나눈 논리를 받아들이느냐는 부분이다. 법무부는 1심 법원이 iOS를 전방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애플의 생태계 자체를 ‘단일 브랜드 시장’으로 볼 것이냐는 부분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1년 카메라 업체인 이스트만 코닥 사건 때 단일 브랜드 시장을 인정한 적 있다.
당시 코닥은 사진기와 부품이 전후방 시장을 이루는 단일 브랜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단일 브랜드 시장은 경쟁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등의 엄격한 조건이 뒤 따라야만 한다.
과연 항소법원이 아이폰과 iOS, 앱스토어, 인앱결제 서비스로 이어지는 애플의 생태계를 단일 브랜드 시장으로 인정할 지 여부도 항소심 재판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 2020년 8월 포트나이트 앱 퇴출로 촉발…에픽, 1심선 9대 1 완패
두 회사 소송은 지난 2020년 8월 에픽이 '포트나이트' 앱을 통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홍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조치 이후 애플이 에픽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자 곧바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인앱결제 강제 문제였다. 하지만 에픽은 인앱결제 외에도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애플이 사실상 완승했다. 쟁점 사항 10개 중 9개 부문에서 승리를 거뒀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 애플에 면죄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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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유일하게 패소한 것은 '다른 결제 방식 홍보 제한 규정(anti-steering provisions)’ 관련 공방이었다. 로저스 판사는 앱스토어에 있는 앱 내부에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에픽은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했다. 애플 역시 ‘다른 결제 방식 홍보제한 규정’ 관련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