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기전망 5분기 연속 ‘부정적’…4분기 경기전망지수 ‘81’

대한상의, 전국 2172개사 조사…반도체·IT전자·철강·화학 등 동반부진

디지털경제입력 :2022/09/28 13:07    수정: 2022/09/28 13:21

기업들이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3분기 코로나 극복 기대감에 긍정적 전망이 나온 이후 경기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주력업종인 반도체·정보기술(IT)·전자·철강·화학 등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전국 2천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4분기 전망치는 ‘81’로 집계됐다. 지난 3분기 전망치(79)와 큰 변동 없이 기업 체감경기가 5분기 연속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시화국가산업단지

대한상의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이 맞물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아닌 안전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특히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쳐 원가 부담이 심화하면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이 부진했다. 조선·부품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높은 선박 가격이, 의료·정밀은 코로나19 특수가 지속되며 4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

기업 규모별는 대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가 69로 집계돼 중견·중소기업 전망치 82 보다 10포인트 이상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국내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IT·전자, 철강, 화학업종 경기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의 영업담당 임원은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 업황이 글로벌 경기와 연동되는 측면이 많다”면서 “4분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국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말 즈음에 풀릴 것으로 보았던 대외 경기가 오히려 악화하거나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들의 실망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나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한 대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광주(102)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BSI가 기준치인 100 이하로 조사됐다. 광주는 지역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 실적 호조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철강 및 금속 산업(대구·경북·부산)과 시멘트 산업(강원)의 비중이 큰 지역들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지역별로 세종 90, 서울 88, 제주 88, 전남 87, 울산 87, 충북 86, 대전 86, 충남 85, 경기 83, 경남 81, 전북 81, 인천 81, 부산 78, 강원 78, 경북 75, 대구 70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4분기 BSI 조사는 힌남노 상륙 이전 실시됐다”며 “경북·부산 등은 힌남노로 인한 피해가 집중됐던 지역으로 태풍의 영향이 반영된다면 이들 지역의 경기 전망이 더욱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 포항에 소재한 중소 철강 제조업체는 4분기 경기가 3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태풍 침수 피해 이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응답기업 5곳 중 3곳(58.5%)은 올해 우리 경제의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OECD 전망치는 2.8%이다.

올해 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묻는 항목에도 응답기업의 절반(49.8%)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답하면서 4분기 체감경기·경제성장률·실적 달성 전망이 모두 어두운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치 달성·근접은 45.3%, 목표치 초과는 4.9%에 불과했다.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로는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이 82.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환율 등 대외 경제지표 변동성 심화(47.2%)’ ‘금리 인상 기조(46.9%)’ ‘인플레이션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27.0%)’ ‘주요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19.5%)’ ‘미·중 갈등 등 공급망 리스크(18.9%)’등이 뒤를 이었다.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을 리스크로 꼽은 비율은 업종·지역·기업규모를 불문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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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꼽은 주요 리스크들은 모두 지정학적 불안, 주요국 긴축 등 상당 부분 대외 요인에 기인한다”면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나 다수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약한 고리부터 차근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상황이 심화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제하고 “건실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도 공급망·디지털·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전환의 과정에서 경제 체질이 완전히 달라지고 막대한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에 내재한 비효율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