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0곳 중 3곳 "제품 팔수록 손해…원자재 가격 급등 탓"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제조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75.6%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품 생산단가가 크게 증가했다’고 응답했다고 14일 밝혔다. ‘조금 증가했다‘거나 ‘거의 영향 없다’는 응답은 각각 21.4%와 3.0%에 그쳤다.

실제 영업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응답기업의 66.8%가 최근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해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31.2%에 달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대부분인 98.0%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햇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원유·천연가스․석탄 등의 에너지를 비롯해 철강, 광물, 곡물 등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원자재 조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최근의 원자재 가격 인상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기업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472% 가량 급등했다. 반도체 핵심원료인 네온과 크립톤도 올해 초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260.9%와 105.1% 올랐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1분기에 29%가 올라 1990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15.8%에 불과했다. ‘일부만 반영했다(50.5%)’거나 ‘조만간 반영할 계획(23.5%)’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74.0%로 다수를 차지했다. 현재로서는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10.2%나 됐다.

제품가격에 일부만 반영했거나 반영하지 않은 기업이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매출감소 우려(42.7%)’였다. 거래처와의 사전계약으로 당장 올리기 어렵다거나, 미리 확보한 원자재 재고에 여유가 있어 아직 올리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각각 32.5%와 16.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