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에 따라오는 인지장애, 뇌 속 '마오비' 효소가 원인

IBS-분당차병원, "마오비 억제로 인지장애·관절 염증 한 번에 치료 기대"

과학입력 :2022/09/26 13:29    수정: 2022/09/27 13:30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에 의해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지만, 우울증이나 인지장애 등 신경정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류마티스가 인지장애로 이어지는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지장애 발생 원인을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이 분당차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윤 교수와 함께 뇌 속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MAO-B, Monoamin oxidase B)' 효소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인지장애를 유발함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마오비를 억제하면 인지기능이 회복되고 관절의 염증 완화에도 효과적임라는 사실도 밝혔다.

(왼쪽부터) 공동교신저자 이창준 IBS 단장, 정상윤 분당차병원 교수, 제1 저자 원우진 IBS 연구원 (자료=IBS)

별세포(astrocyte)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나 염증 등으로 별세포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이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가 된다.

반응성 별세포에서 마오비가 활성화되면 생기는 흥분한 신경을 억누르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가 나오고, 이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을 억제해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 인지장애를 동반한 류마티스 관절염 동물 모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린 사람에서 볼 수 있는 염증 물질인 인터루킨-1베타(IL-1β)가 뇌 속 해마의 별세포에 영향을 주어 마오비가 가바를 과다 생성하세 하고, 이것이 인지장애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마오비의 염증과 인지장애 기전.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반응이 관절의 활막세포(fibroblast-like synoviocytes) 에서 자가섭식(autophagy)를 유발하여 푸트레신 (putrescine)의 생성하고, 이는 활막세포의 마오비(MAO-B)를 통해서 가바(GABA)와 과산화수소(H2O2)를 생성함으로써 관절의 염증을 심화시킨다. 만성염증에서 증가된 인터루킨-1베타(IL-1β)는 느슨해진 뇌혈관벽장벽(blood brain barrier, BBB)를 통과하여 뇌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뇌 해마(hippomcapus)에서 증가된 인터루킨-1베타는 별세포(astrocytes)를 활성 시키고 마오비에 의한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 가바의 분비를 증가시켜서 시냅스(synapse)의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인지장애를 유발한다. 나아가 마오비 억제제를 사용하면 활막세포와 별세포의 마오비를 억제하여 관절의 염증 완화와 인지기능 회복 효과를 얻을 수 있다.(자료=IBS)

또 연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 조직에서 분리한 활막세포를 분석했다. 활막세포는 관절액을 배출하는 세포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은 주로 활막과 연골을 공격한다.

그 결과 뇌세포 중 주로 별세포에서 발현된다고 알려진 마오비가 관절 속 활막세포에도 있으며, 염증의 정도에 비례해 발현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활막세포의 마오비 역시 가바를 생성해 관절의 염증에 관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인 선택적·비가역적 마오비 억제제 'KDS2010'을 류마티스 관절염 동물 모델에 투여했을 때, 관절 염증이 감소하고 동시에 인지기능이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뇌 속 별세포와 관절의 활막세포에 있는 마오비가 인지장애를 개선하고 관절 염증을 완화하는 일석이조의 치료 표적임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정상윤 분당차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호소하는 건망증·기억감퇴와 같은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기전을 밝혔다"라며 "향후 관절염과 인지장애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여준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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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준 IBS 단장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인지장애가 만성염증에 의한 반응성 별세포로부터 유발되는 기전을 최초로 제시했"라며 "기존 마오비 억제제보다 개선된 새로운 마오비 억제제 KDS2010가 효과적인 차세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