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대비 엔·위안 약세…원화 가치 추락 부추길 수 있어

MSCI 신흥국 통화 상관관계 높아…1997년 위기 재현 가능성도 점쳐져

금융입력 :2022/09/26 09:06    수정: 2022/09/26 11:20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대비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국가들의 가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본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145엔 수준까지 하락하고 중국 위안화도 2018년 9월 대비 90%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일본·중국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단순히 두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주요 신용 수출국이며, 중국은 13년 연속 동남아시아 국가의 최대 무역국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즈호은행 비슈누 바라탄 경제전략책임자는 "엔과 위안화의 약세는 아시아 지역 무역과 투자와 연관되어 있으며, 약세가 심화된다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DBS그룹 타이무르 바이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가 모두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금리보다는 환율에 관한 위험이 더 큰 위협"이라며 "1997년 또는 1998년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 투자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전체서 자본 이탈이 이뤄져 전반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엔화와 MSCI 신흥국 통화 지수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는 아시아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BNY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분석에 따르면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 지수 가중치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엔화와 MSCI 신흥국 통화지수의 120일 상관 관계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잠시 역상관된 뒤 지난주 0.9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골드만삭스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150엔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규모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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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는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점과 달러 차입에 덜 노출됐다는 점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홍콩 맥쿼리캐피털 트랑 투이 르 전략가는 "가장 취약한 통화는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화 등 경상수지 적자국 통화"라며 "엔화와 위안화 약세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노출된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및 헤지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