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된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을 두고 콘텐츠업계와 통신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쟁점과 각 업계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편집자주]
'망 이용계약'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법안 심사를 위한 첫 공청회가 진행된 가운데 콘텐츠업계와 통신업계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공청회를 열고 망 이용계약 법안에 대한 각 업계의 입장을 들었다. 콘텐츠 기업들은 망 이용대가 지불을 강제할 경우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통신업계는 망을 사용했다면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고 맞섰다.
현재 국회에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큰 틀에서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걸 의무화하거나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앞서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빠른 시간 안에 입법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발표한 '22대 민생 입법과제'에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을 포함시켰으며, 국민의힘도 그동안 김영식 의원을 필두로 입법 논의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 법안 적용 대상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윤영찬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박성중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발의된 법안들은 대부분 CP가 ISP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에 포함하는 것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공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 올라온 법안들은 대부분 적용 대상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규모 CP'로 제한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도 현재 발의된 법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형 CP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에서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CP로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가장 많았다.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메타와 네이버, 카카오는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 적용 대상은 구글과 넷플릭스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 "부작용 우려된다" 구글·넷플릭스, 입법 움직임에 반발
구글 등 콘텐츠업계는 법안 마련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는 공청회 직후 공식 블로그에 사단법인 오픈넷코리아의 청원을 소개하며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에 우려하는 분은 서명을 통해 목소리를 함께 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글에서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은 "망 이용대가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ISP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될 경우 유튜브는 한국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었던 것을 의무화하면, 장기적으로 CP 스타트업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할 경우 인터넷 접속료가 저렴한 해외로 기업이 이동하는 등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며 "콘텐츠 생태계가 확장되는 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 이용대가가 부담이 되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통신업계 "망 이용했다면 대가 지급은 당연" 입법 촉구
반면 통신업계는 망을 이용했다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히려 법 제정을 통해 그동안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있던 글로벌 CP와 국내 CP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콘텐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는 일평균 트래픽 상위 10개 사이트의 국내외 CP 비중을 살펴보면, 해외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해외 CP의 비중은 78.5%, 국내CP는 21.4%로 나타났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CP들은 모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며 "구글과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국내 CP들과 정당한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윤영찬 의원, 넷플릭스 망 무임승차 방지법 발의2022.09.08
- 민주당,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추진한다2022.08.31
- 공전하는 과방위...기약없는 '망 이용계약' 공청회2022.08.26
- SKB "망 연결지점 도쿄로 옮기기 전 넷플릭스와 논의했었다"2022.08.25
그러면서 "구글은 이미 지난 2월 국회에서 인앱결제방지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국내 CP와 창작자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구글은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하며, 자신들이 져야 할 부담을 스타트업이나 창작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통신업계는 법안을 마련하면 국내 중소 CP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법안의 적용 대상은 대형 CP"라며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CP들이 인터넷 거래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