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저항핵연료 2031년 적용?…"실상은 2040년도 어려워"

70년 사용 핵연료 설계 총체적으로 바꿔야…기술 개발 후에도 규제기관 심사 등 지난한 문제 산적

디지털경제입력 :2022/09/21 17:45    수정: 2022/09/21 18:46

환경부가 지난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친환경 전원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원전 안전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2031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한다는 단서도 담겼다. 다만 세계적으로 ATF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 더해 국내 상용화 시점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환경부가 발표한 K-택소노미 초안 세부 내용을 살펴 보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시켰다. 안전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ATF 도입을 촉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적용시기를 2031년으로 설정했다.

ATF란 원전의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사고 대처 시간을 현저하게 개선 시킬 수 있는 연료를 말한다. 최근 원전 안전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기존 핵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기 위한 전제조건 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한전원자력연료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ATF 국내 가동원전 첫 적용 계획을 발표하고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26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1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았다. 그러나 ATF 핵심 기술인 '상용로 연소시험용 코팅 HANA 피복관 제조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핵연료 설계 개발에도 속도가 붙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2031년까지도 기술 개발을 장담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핵연료 설계가 변경되면 원자로 핵설계 코드 등 모든 코드 시스템을 갱신해야 하고 규제 기관에서도 심사를 받는 등 지난한 문제가 남아 있다. 기술 개발에도 난항을 겪는 국내 실정 상 10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상용화를 이룬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기존 핵연료 공장이 기존 제조공정을 변경해야하는 문제까지 이어져 실제 상용화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고리 3,4호기에 적용된 APR 1400 원전. (사진=한수원)

시야를 넓혀보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 시키면서 2025년까지 ATF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원전 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유럽원자력산업협회(FORATOM)는 지난 2월 원자력계가 택소노미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항의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2025년까지 상용화가 어렵다고 자인한 셈이다. 일본 역시 상용로 연소시험 완료 후 비교적 늦은 2040년까지 ATF 상용 적용을 계획 중이다. 미국도 애초 상용화 시기를 기존 2020년대 중반에서 2030년까지로 다시 잡고 있는 추세다.

관련기사

지난 70년간 사용된 핵연료 설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의 기술 개발이다 보니 실제 상용화는 최소 2040년은 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ATF는 신형원자로를 개발하는 것이 수반돼야 하는데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상용화 하다가 도산했다"면서 "70년 가까이 써온 기존 핵연료를 대체하는 기술을 2031년까지 상용화 한다는 건 넌센스에 불과하다. 2040년이 넘어가도 상용화가 된다는 건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