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진입장벽,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터뷰] 유리 고바야시 IBM 퀀텀&키스킷 커뮤니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컴퓨팅입력 :2022/09/20 15:46    수정: 2022/09/20 16:21

“많은 사람이 물리학자나 양자역학 전공자만 퀀텀 컴퓨팅을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퀀텀 컴퓨팅, 그리고 퀀텀 프로그래밍의 장벽은 사람들 생각만큼 높지 않다. 지금이야 말로 퀀텀 컴퓨팅을 배울 적기다. 퀀텀 컴퓨팅 상용화는 머지 않아 현실화될 것이고, 모든 이가 퀀텀 컴퓨팅을 배워야 한다. 퀀텀 컴퓨팅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다. 두려워말고, 재미있게 배우는 과정을 즐기면 좋겠다.”

유리 고바야시 IBM 퀀텀 커뮤니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퀀텀 컴퓨팅 저변 확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IBM에서 아태지역 퀀텀 컴퓨팅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는 유리 고바야시 총괄은 “IBM 퀀텀 조직은 각국의 연구소, 대학 등과 협력해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해커톤이나 퀀텀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등을 개최해 학생들을 퀀텀 네이티브 세대로 만드는 등 차세대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있다”며 “퀀텀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키스킷’을 활용해 학생, 연구자, 교육자 등이 실제 사용된 코드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퀀텀 프로그래밍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유리 고바야시 IBM 퀀텀&키스킷 커뮤니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퀀텀 컴퓨팅은 최근 들어 빠른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드웨어가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며 수년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드웨어 발전과 더불어 중요한 게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커뮤니티다. 퀀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와 사용자가 많아져야 실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전세계 퀀텀 컴퓨팅 개발 경쟁의 한축인 IBM은 퀀텀 컴퓨터 개발과 동시에 저변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 대학교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다양한 커뮤니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그 일환으로 나온 ‘키스킷(Qiskit)’은 쉽게 퀀텀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SDK다. 오픈소스이며 파이썬 언어로 퀀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IBM의 퀀텀 컴퓨팅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하다.

퀀텀 컴퓨팅은 신흥 기술이면서 양자 역학이란 기반 학문의 생소함 때문에 저변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퀀텀 컴퓨팅을 배우기 어렵고, 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다수다.

유리 고바야시는 “퀀텀 컴퓨팅이 새롭게 떠로르는 기술이라 현재 저변이 넓지 않다”며 “일본도 7개 대학만 퀀텀 관련 연구소를 보유했고 관련 강의도 일본 내 대학에서 제공하는 전체 강좌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대학교에서 퀀텀 컴퓨팅 코스를 컴퓨터 전공자에게 가르치는데, 초반에 선형 대수학을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과정을 거친다”며 “높은 수준으로 퀀텀 컴퓨팅을 이해하려면 일단 선형 대수학을 알아야 하는데, 선형 대수학을 통해 큐빗의 조작과 백터 공간 내 양자 상태의 표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문적으로 시작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힘든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퀀텀 컴퓨팅을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다. 어느정도의 기초적인 이해만으로도 퀀텀 기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유리 고바야시의 입장이다. 키스킷을 이용하면 실제 코드를 보면서 퀀텀 컴퓨팅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해보면서 퀀텀 컴퓨팅을 배우려 반드시 물리학을 전공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근 일본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퀀텀 컴퓨팅 여름캠프를 진행했는데 . 과연 고등학생이 퀀텀을 이해할지 확실치 않았지만 예상외로 고등학생의 퀀텀을 쉽게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은 전통적인 물리학 관련 선입견을 가지지 않아서, 중첩이나 얽힘 같은 퀀텀의 새로운 개념을 쉽게 받아들였다”며 “일주일 교육 후에 고등학생이 퀀텀 컴퓨팅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리 고바야시 IBM 퀀텀&키스킷 커뮤니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키스킷은 나름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유리 고바야시에 따르면, 현재 키스킷 사용자는 40만명 규모다. 키스킷에서 쓰는 언어인 파이썬은 컴퓨터 전공이나 개발자에게 익숙하고, 프로그래밍 언어의 사전 지식 없이 객체지향 언어보다 쉽게 배울 수 있다. 퀀텀 기반 애프리케이션 개발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잘 닦여 있다.

한국의 퀀텀 커뮤니티 규모는 270명 정도다. 퀀텀 컴퓨팅 지식과 키스킷 프로그래밍 능력 수준을검증하는 ‘퀀텀 개발자 인증’을 획득한 사람이 20명이다. 이 인증을 획득한 20명은 ‘키스킷 애드버킷’이란 자격으로 키스킷의 버그 수정, 키스킷 튜토리얼 및 안내서 제작 등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리 고비야시는 “올해 내 한국의 키스킷 애드버킷을 50명 정도로 늘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키스킷 애드버킷이 되려면 우선 ‘키스킷 개발자 자격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60개 질문을 90분 동안 풀어야 하는데, 각 문제로 퀀텀 컴퓨팅 지식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검증한다. 60개 문항 중 44개를 맞춰야 통과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면접을 거친다. 면접에 ‘키스킷 개발자 자격증’ 테스트 성적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동안 퀀텀 컴퓨팅 커뮤니티에 기여한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키스킷 버그 보고 혹은 수정을 했거나, 유튜브 같은 채널에 강좌를 올리거나 관련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의 활동이 세 건 이상이어야 한다.

키스킷 애드버킷이 되면 관련 행사 우선 초청, 퀀텀 연구자 및 개발자와 네트워킹. IBM 퀀텀 연구자 및 개발자와 멘토링 프로젝트 참여. 퀴스킷 소프트웨어 스택 소스코드 기여, IBM 연구자와 연구논문 공동 저술 등의 특권을 받는다.

한국의 키스킷 애드버킷 중 한명은 키스킷 개발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한국어 학습 과정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유튜브에 자격증과 퀀텀 컴퓨팅 관련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IBM 퀀텀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키스킷으로 제공되는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퀀텀 케미스트리. 양자 화학. 분자 시뮬레이션 등이 가능하고. 최적 경로 찾는 최적화 애플리케이션 라이브러리도 있다. 파생상품 개발이나 옵션 가격 예측 등을 위해 퀀텀 컴퓨팅을 고민하는 금융 산업은 수시간씩 걸리는 예측 시뮬레이션 시간을

키스킷과 퀀텀 컴퓨팅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더 효율적인 트레이닝 모델을 만들거나 효율적인 예측모델을 만들 수 있다.

유리 고바야시는 “키스킷을 오픈소스로 만든 이유는 퀀텀 컴퓨팅을 배우고, 연구하려는 사람이 특정 시스템에 종속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라며 “어떤 하드웨어를 활용하든 키스킷 쓰게 한다는 정신은 IBM에서 육성하는 커뮤니티에도 반영돼 있으며, 하드웨어의 구애를 받지 않는 소프트웨어 개발툴은 미래 인재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IBM의 퀀텀 커뮤니티 육성은 전문 연구자나 학생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현업 개발자도 주요 육성 대상이다.

유리 고바야시는 “퀀텀이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퀀텀 배우기를 꺼리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며 ”키스킷으로 젊은 세대와 산업계의 경험 많은 전문 인력이 새 기술 습득과 기술 향상에 나서 퀀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IBM은 작년 기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해커톤을 개최했다. IBM 퀀텀 챌린지다.

일본에서 주최한 IBM 퀀텀 챌린지는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했다. 일본인에게 익숙한 게임 형태로 문제를 제시하고 풀어가게 한 것이다.

IBM 퀀텀 챌린지 동영상 캡처

게임 이야기 속 주인공은 퀀텀 컴퓨팅 박사학위 과정 전공자인 ‘료코’다. 료코는 실험 중 퀀텀 세계에 갇혀 있고, 참가자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료코를 현실 세계로 귀환시켜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면 동영상으로 료코와 소통하는데, 참가자가 전문지식을 갖지 않아도 료코가 힌트를 준다.

유리 고바야시는 “이 대회의 문제를 보면 퀀텀 컴퓨팅 세계에서 봉착하는 실제 문제들에 대한 것”이라며 “료코는 시스템 내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오류 완화 기술를 쓴다거나, 양자가 요동을 치고 있어서 양자 요동을 해결해야 안전하게 갇힌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힌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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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생 뿐 아니라 전문가를 위한 해커톤으로 퀀텀에 사전 지식을 갖지 않은 개발자가 참여한 행사였다”며 “이 대회를 통해 금융, 머신러닝, 최적화, 재료공학, 자연적 시뮬레이션 등 특정 산업분야에 적용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개발자가 경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퀀텀에 대한 기존 지식은 없지만, 퀀텀을 자신들의 산업에 적용하는 데에 관심있었고, 은행업이나 화학, 제약, 물류, 배터리 등 실생활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며 “이같은 퀀텀 경진대회는 단순히 어려운 문제를 내서 뛰어난 사람을 찾는게 아니라 개발자게에 퀀텀에 대한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퀀텀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가 퀀텀을 더 알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