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헷갈리는 갑상선 결절·암 진단…"우리가 판독 도와줄게요"

국내 첫 갑성선 SaMD 개발 매진 임준성 엘티포 대표 "의료 서비스 획기적 발전 기여하고파"

헬스케어입력 :2022/09/17 14:28    수정: 2022/09/18 11:38

“갑성선 SaMD는 국내 최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영역이다.”

임준성 엘티포 대표의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과장으로 재직하며 ICT 분야 정책을 맡았던 임 대표는 정년퇴임 후 인생 2막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aMD)와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엘티포’ 창업자로의 변신이었다.

창업 후 5년, 그와 회사가 공들여 개발한 갑상선 SaMD는 상용화를 앞두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17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설핏 사람 좋은 인상이었지만 눈매는 날카로웠다. 임 대표는 과거 정책을 다뤘던 경험을 토대로 제도와 현실의 차이를 냉정하게 구분할 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사업을 하면서 ‘될 것’과 ‘안 될 것’을 알고 있다고 해야 할까.

참고로 SaMD(Software as Medical Device)란, 진단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독립형 소프트웨어를 말하며,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임준성 엘티포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 국내 첫 갑상선 SaMD

지난 2017년 설립된 엘티포는 설립 일년만인 2018년 강원도 K-클라우드 파크 성공을 위한 특화전략 수립 용역 사업을 맡았다. 이어 2019년에는 국가인프라 지능정보화 사업과 범용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는 202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SKKU 인공지능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BAIDA P+ 개발에 이어 분당서울대병원과 LTLUX 개발 선행 연구도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벤처기업 인증과 함께 이노비즈 기업 인증도 받았다.

특히 작년 갑상선 결절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SaMD 서비스 플랫폼 개발까지 끝내면서 디지털 돌봄 시범사업 수행 및 AI 기반 보안 솔루션 개발도 마쳤다.

올해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갑상선 SaMD 상용화를 수행 중이며, 치주염 SaMD, 배아선별 알고리즘을 비롯해 AI 기반 보안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개발 중인 SaMD가 쉽게 말해 갑상선암 여부 진단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인가.

기능은 단순한 결절 여부나 질환 카테고리 분류로 끝나지 않는다. 결절이 암일 경우의 특성을 세세히 판독해낸다. 마찬가지로 암이 아닌 결절에 대한 판독도 분류가 이뤄진다. 이를 위한 알고리즘이 10개 가량 된다. 매우 고도화된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왜 갑상선 결절과 암 진단을 선택한건가.

현재 갑상선 결절은 초음파로 검사를 하는데 판독에 난이도가 있다. 판독이 어렵다보니 갑상선을 지나는 경동맥을 결절로 오해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의사가 육안으로 판독을 하고 조직 검사나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데, 만약 잘못 판독을 하게 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과 함께 수술 부담도 크다.

우리가 개발한 갑상선 SaMD는 수치로 표시를 해준다. 의사가 환자의 초음파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1초 만에 판독 결과가 나온다. 의사 입장에서는 진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물론 우리의 SaMD는 진료의 보조기기로, 전문의가 정확한 판독을 통해 적정 치료를 실시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개발과 판독 과정은 식약처의 가이드를 충실히 따랐다.

-개발은 어디까지 이뤄졌나.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해 데이터를 받아 개발이 진행됐고, 현재는 고도화 진행 중이다. 일차 실증테스트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했고, 현재는 2차 실증 테스트가 한창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인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갑상선 SaMD는 국내 최초다. 협업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더라. 앞으로 의사들이 직접 사용할 예정인만큼 의학적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주고 있다. 특히 결절 여부를 포함해 결절이 암일 확률까지 세분화해서 수치화하는 것 모두 이러한 조언을 반영한 결과다. 매주 논의를 하면서 여러 요구사항을 반영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임준성 엘티포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 ICT 융합의 시대, 갑상선서 가능성 찾아

-과기정통부 재직 후 스타트업 창업을 선택했다.

재직 당시 ICT 정책을 주로 했다. 퇴직 이후 융합의 시대가 오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고심한 끝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범위가 넓은데.

의료 빅데이터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봤다. 반면, 의료 분야는 폐쇄적인 시장이긴 하지만 니즈는 분명해 보였다. 확실한 ‘리그’가 형성된 분야에서 ICT 기술과 의료를 융합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해보자고 마음을 굳혔다. 5년 전부터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과 교류를 해오면서 선행연구를 하고 정부과제도 맡으면서 개발을 시작했다.

-갑상선 분야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남들이 안하는 영역을 찾았다. 2016년 왓슨이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살펴보니 왓슨의 버전은 2016년에 멈춰있어 현 기준에서 효용성이 없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뇌질환·심혈관질환·폐질환 쪽이 많았고 갑상선은 없었다. 후발주자가 되기보단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해 정부의 관심이 과거보다 못한 것 같다.

아직 국내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가운데 제대로 만들어진 게 없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서 메타버스 등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 분야는  서두른다고 단기간에 제대로 된 솔루션이 나올 수 없다.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지원 규모도 크지 않은데 흐름이 꺾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불필요한 규제도 있다고 많다고 보나.

지난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는 못했다. 개정안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후향적 연구로 개발되는 만큼 임상시험을 반드시 선행할 필요없이 면제를 해주자는 내용이었다. 아쉬움이 크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해외 진출이 살 길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계획은 없다. 가이드라인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해외 진출을 하려면 현지 의료 데이터로 개발해야 한다. 때문에 우선은 국내 시장에 ‘올인’할 예정이다. 물론 개발 중인 배아 선별 알고리즘이나 치주염 SaMD의 경우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바로 해외 진출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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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에서는 행위수가를 인정해주면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된다. 사실 질환마다 행위수가의 인정 여부가 다 다르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수가 인정이 안 된다. 우리의 수익 모델 창출 방안은 패키지 상품으로 병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수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임 대표는 현존하는 질환의 20%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하고 싶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들의 진료 부담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 이것 말고도 근본적인 이유가 더 있다. 임 대표는 “의료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말했다.